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혹시 또 모르죠. 야구는 변수가 많으니까요.”
LG 양상문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18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서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1회 선두타자가 2루타를 쳤다면, 과연 2번타자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겠느냐?”라는 것. 두 감독은 “NO”를 외쳤다. 단기전, 게다가 1차전이다. 초반 흐름 장악은 매우 중요하다. 희생번트로 2루주자를 안전하게 3루에 보내는 건 하나의 작전이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적어도 1회라면 타자들에게 믿고 맡기겠다고 했다. 충분히 알아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계산이 깔려있었다. 김 감독은 본래 희생번트를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양 감독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취재진은 19일 1차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양 감독에게 던졌다.
이번에도 양 감독의 답은 같았다. “1회엔 절대 대지 않겠다.” 물론 경기 흐름과 상황에 따라선 댈 수도 있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지간하면 1회 희생번트를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초반에 1점을 달아나는 것보다, 대량득점을 해야 흐름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실제로, 1회초 선두타자 정성훈이 좌중간 2루타를 때렸다. 그리고 오지환 타석. NC 3루수 모창민은 약간 전진했다. 혹시 모를 번트를 대비한 것.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정상수비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오지환은 초구에 파울을 날렸다. 그리고 2구에 갑자기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번트 타구가 뜨면서 모창민에게 잡혔다.
정황상 양 감독이 지시한 것 같진 않았다. 보내기번트는 투수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세를 잡는다. 그러나 오지환은 이재학이 공을 던지면서 기습적으로 번트 자세로 전환했다. 세이프티 번트인 듯했다. 번트 작전의 어두운 단면은 여기에 있다. 실패할 경우 아웃카운트 1개를 허비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무사 2루서 1사 2루가 됐다. 여전히 득점찬스는 유효하지만, 흐름이 한번 끊긴 상황.
그래서 LG로선 후속 타자들의 타격이 중요했다. 허무하게 2아웃을 추가할 경우 초반 흐름을 완전히 NC에 넘겨줄 위기였다. 여기서 LG 타자들의 응집력이 빛났다. 박용택이 차분하게 볼넷을 골랐고, 이병규, 이진영의 연속안타로 3점을 뽑아냈다. 최경철의 스리런포로 1회에만 6점을 뽑아냈다.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순간. 오지환의 번트 실패가 완벽하게 묻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LG 후속타자들이 연속안타를 쳐내지 못했다면 양 감독의 1회 번트 작전 지양과 오지환의 기습번트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LG 타자들은 오지환이 아웃카운트 1개를 헌납했음에도 차분하게 이재학을 잘 공략했다. 결국 LG는 흐름을 탔다. 경기 막판 추가점까지 착실하게 뽑아내면서 1차전 자체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오지환의 1회 번트실패 후유증은 없었다. LG의 해피엔딩이었다.
[오지환 1회 번트실패 장면. 사진 = 창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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