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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시한부라는 최루성 소재를 택했지만 뻔한 눈물만 남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MBC 주말드라마 '마마'(극본 유윤경 연출 김상협)에는 삶과 선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진한 여운이 함께 했고, 덕분에 방송 내내 작품에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청자의 평이 따라붙었다.
19일 밤 방송된 '마마' 마지막 회에서는 한승희(송윤아)와 한그루(윤찬영) 모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작품은 방영 내내 한승희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달려왔고, 예상대로 결말에서 반전은 없었다. 그러나 결코 식상한 결말은 아니었다.
구지섭(홍종현)의 곁에 남게 된 한그루는 문태주(정준호), 서지은(문정희), 문보나(조민아)와도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룬 채 성장했다. 중학교 입학식 후 얼마 후 한승희는 그의 곁을 떠났지만, 그녀가 마지막 순간까지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한그루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한그루는 성장해 스무 살이 됐다. 과거의 엄마처럼 바이크를 운전하기 시작한 그는 "왜 그렇게 빨리 떠났어? 내가 스무 살이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게 뭔지 알아? 엄마를 태워주고 싶었어"라는 말을 남긴 뒤 언제나 자신의 곁에 함께 하고 있는 엄마를 등 뒤에 태운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반전과 극적인 순간은 없었지만 작품 내내 작은 행복, 작은 기적을 말하려 했던 '마마' 다운 결말이었다.
작품을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송윤아와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떠오른 아역배우 윤찬영,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문정희와 정준호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박수를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은 바로 '마마'를 집필한 유윤경 작가였다. 작품이 방송 되는 내내 ‘마마’에 관한 기사의 댓글란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윤경 작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제 유윤경 작가 작품이면 무조건 믿고 본다" 등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가득했다.
사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마마'를 향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아이돌을 위시한 10대, 20대 스타들이 가득한 안방극장에 연륜 있는 배우들을 내세운 작품이 설 자리가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고, 유윤경 작가의 전작인 KBS 1TV 드라마 '다함께 차차차', '우리집 여자들' 등도 시청률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남겼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등 인상적인 성과를 남긴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많은 시청자들이 울리고 찡하게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
"세상엔 행복해 보이는 불행도 있고, 불행해 보이는 행복도 있다는 걸", "난 꼭 행복해질만하면 엉망이 되더라. 그루가 나처럼 살게 하기 싫어",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은 그루를 태어나게 한 것이지만 제일 후회하는 일도 널 태어나게 한 일이야. 엄마는 너와 오래 있어주지 못하니까", "괜찮아. 엄마. 그럴 때는 내가 신호를 보낼게. '엄마, 나야'라고 말할게" 등 매 해 탄생한 명대사는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마마'가 가지는 큰 성과는 막장극만이 살아남는 최근의 드라마 경향 속에서 무거운 주제를 그려내면서도 시청률 20%의 벽을 넘어서는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마마'를 통해 유윤경 작가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로 떠오르게 됐다.
[MBC 주말드라마 '마마'.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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