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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우리가 알던 신비주의 서태지는 더 이상 없다. 모든 질문에 솔직하고 여유롭게 답했다.
서태지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기자회견에서 이번 새 앨범에 대한 내용은 물론이고 사생활 관련까지 다 털어놨다.
이번 서태지의 활동이 놀라운건 대중과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여러 통로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갔고 심지어 KBS 2TV ‘해피투게더3’에 출연했다. 여기서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따라하는가 하면 대중이 듣고 싶었던 이지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서태지의 파격적인 행보는 기자회견에서 계속됐다. 다소 민감하고 불쾌할 수 있는 질문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우선 서태지는 “난 내 음악이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음원 순위를 많이 말씀하시고 하는데 오히려 8집보다는 잠깐이지만 순위도 높은 적이 있었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항상 공연장을 찾아 주시는 것에 대해서 감사 드리고 있고, 지금도 공연장 생각하면 울컥한다”고 고백했다.
‘같은 시기 신곡을 발표한 비스트보다 순위가 낮다’는 다소 직설적인 지적에는 “솔직히 음원 성적은 저조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롱런하고 있고 10대들이 관심을 가져줬다. 지금은 순위는 밑에 있지만 음악이라는걸 성적이란 걸로 구분하는 것보다 개개인이 들었을때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난 학교 다닐 때도 성적표받고 등급 나누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자퇴했다. 내 나이도 이제 40세가 넘었으니 성적보다 음악 자체로 얘기하는 풍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에 끝났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서태지는 “2000년대에도 음악을 하긴 했지만, 대중적인 건 아니었고 마니아한 음악을 했다. 대중을 버리게 된 셈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미안했다. 과거 나를 좋아했던 분들이 내 음악이 어렵다며 안듣게 시작해 안타깝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자리에서 음악을 한다면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소격동’ 발표 당시 일각에서 논란이 됐던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착실히 해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해명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젠 해명이 불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파생이 되는 건지 말씀 드리면 하루 종일 강의를 해도 힘들 것이다. 음악을 들으시고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궁금증을 샀던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재치로 화답했다. 서태지는 “내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팬의 콜라보레이션이 된다. 굉장히 재미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견을 막 얘기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악플이란 건 없었지만 특히 언론에서 많이 부딪쳤다. 2000년도부터 안티 사이트들이 만들어졌다. 그게 쭉 이어져 오고 있다”고 솔직하게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 8집 끝나고 9집은 심오한 과정이 있었다. 내가 떡밥을 많이 던졌다. 진수성찬을 차렸다. 그것 가지고 재미있게 얘기하는데 중요한 건 음악, 나머지는 가십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관심들 덕분에 제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게 하고 싶다면 악플도 환영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무대 위 마이크가 아닌 기자회견의 마이크를 잡은 서태지는 예상 외로 편안하고 또 솔직해 보기 좋았다. 약 40분간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던져지는 민감한 질문도 센스로 받아칠 수 있을 정도였다.
한편, 지난 18일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을 개최하며 오랜만에 팬들 앞에 선 서태지는 오는 20일 5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표했다. 서태지는 이번 앨범을 통해 순수한 창작의 희열로 대중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친 활발한 9집 홍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태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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