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NC와 LG의 준플레이오프.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감독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는 “긍정.” 취재진이 어떤 변수와 전망에 대해 질문했을 때, 두 감독은 모두 긍정적으로 답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질문에 ‘엄살’을 피우는 사령탑도 많았다. 짐짓 본심을 숨기면서 겸손해 보이려는 의도. 특히 감독의 발언 하나하나가 민감한 포스트시즌에는 더 그랬다.
최근 트렌드는 그렇지 않다. 감독들이 더 이상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감으로 대변된 ‘긍정론’을 설파한다. 감독이 먼저 긍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팀 분위기를 밝게 하고 선수들에게도 용기를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시절부터 긍정 마인드, 그리고 정면돌파를 선호했다. 양 감독 역시 비슷한 스타일.
▲ 우천취소를 대하는 긍정론
두 감독은 20일 2차전이 비로 취소되자 일제히 긍정론을 설파했다. 김 감독은 “팀 분위기가 무거울 때 비로 쉬어가면 선수들이 그만큼 부담을 덜어낼 시간을 갖게 된다. 비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1차전서 대패한 NC가 2차전이 뒤로 밀리면서 흐름을 반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
양 감독 역시 “보통 상승세를 탄 팀이 비로 쉬어가면 다음 날 흐름이 넘어간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 역시 시즌 막판 열흘 정도 긴장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하루 쉬어가는 것도 체력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유리하다”라고 했다. LG는 4위 확정을 정규시즌 마지막 날에 했다. 직전 10경기 정도서 심리적 피로가 극심했다. 그 후유증이 1차전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일단 하루를 벌면서 혹시 모를 악재를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
사실 결과론이다. 모든 건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우천취소 이후 치러진 경기 승패에 대한 데이터는 있지만, 그 데이터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결국 두 감독의 긍정론은 일종의 기 싸움이다. 이런 큰 경기서 우천취소에 대한 유, 불리를 물었을 때 불리하다고 말할 사령탑은 거의 없다. 그 자체로 선수단 사기가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경기서는 선수단 사기, 분위기,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차피 전력은 종이 한장 차이다.
▲ 나쁜 기억과 패배는 잊어라
김 감독은 1차전 직후에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20일 만난 김 감독은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 게 좋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또 오늘 최선을 다하면 된다. 1승만 하면 분위기가 금방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선수들이 김 감독 앞에서 유독 잠잠하자 “내 눈치 안 봐도 되는데”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1패로 단기전 확률상 불리해진 것보다 선수들이 주눅 들거나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눈치였다. 이 역시 일종의 긍정론. 1패를 했지만, 야구는 그날그날 또 달라진다는 것.
양 감독 역시 패배를 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사령탑이다. 그가 부임하기 전 LG는 엉망이었다. 최하위에 허덕였다.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다. 양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자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대신 서서히 팀이 이길 수 있는 흐름과 장치를 만들어줬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도 최하위팀이 포스트시즌 진출로 반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핵심은 긍정론.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 결과 한 단계씩 올라왔다. 시즌 막판 LG는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신바람을 되찾았다.
▲ 약점을 메우기 위한 용병술
NC와 LG 모두 약점이 있다. NC는 큰 경기 경험 부족, LG는 체력적 과부하와 장타력 부재. 김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베테랑 손민한을 넣은 건 투수진의 안정화는 물론이고 단기전 승부처에서 투수진을 이끌어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양 감독이 신정락을 다목적 카드로 사용하려는 점, 사실상 계륵이 된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를 6번으로 활용하려는 점 역시 전력의 빈틈을 최대한 메우려는 용병술.
이 과정에서 두 감독은 다시 한번 긍정론을 내세운다. 양 감독은 “기왕이면 잘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시즌 막판 피 말리는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으니 포스트시즌에는 오히려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 역시 “손민한이 9회 1사 1루서 더블 아웃을 잡는 바람에 마무리 김진성이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갖지 못했다”라고 했지만, 그 속엔 최고참 투수에 대한 고마움이 녹아있었다.
2차전과 3차전을 거치면서 어느 한 팀은 절망적인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두 감독이 그 때도 긍정론을 들고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두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코너에 몰렸을 때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팀의 사기를 북돋는 코멘트를 해줄 가능성이 크다. 팬들 입장에서도 두 감독의 긍정적 발언과 밝은 미소는 보기 좋다. 다만 그 속에서 두 감독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뿐이다.
[위에서부터 양상문 감독, 김경문 감독, 양팀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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