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예술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영화 '나의 독재자' 속 윤제문의 대사처럼 설경구는 영화 속에서 예술과도 같은 연기를 펼쳤다.
'나의 독재자'는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
설경구는 영화 속에서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믿는 남자 성근 역을 맡았다. 언제나 남들에게 배역을 뺏기고, 정작 무대에서는 대사 한마디 못했던 성근은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 대역으로 오디션에 합격하는 인물이다. 아들을 실망시킨 이후 자신에게 찾아온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었던 성근은 김일성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그것까진 좋았지만, 배역에 잡아 먹혔다. 그렇게 성근은 김일성이 됐다.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평범한 아빠, 연기를 사랑하지만 서툰 연기로 인해 무대에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무명 연극배우, 김일성을 연기는 연기자, 또 김일성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성근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모든 장면에서 설경구는 달랐다. 연기를 못하는 성근을 표현하는 모습조차 완벽했다. 김일성을 연기할 때도 그저 김일성이 아닌, 김일성을 연기하는 대역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과정도 흥미로웠다. 다소 지루할법한 김일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경구는 자신의 연기로 꽉 채웠다. 사이사이 터져 나오는 웃음은 양념이었다. 모든 요소들이 설경구의 연기를 빛나게 만들었다. 연기를 못한 성근에서 잘하는 성근으로, 김일성에 빠져드는 설경구는 성근 그 자체였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아들을 가장 사랑하는 아빠로 부성애 연기를 펼쳤다. 독재자로 변했고, 그로인해 아들은 떠났지만, 여전히 아들을 사랑했다. 힘든 연극판에서 끝까지 버텼지만, 아들이 보는 앞에서 생애 첫 무대를 망치자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 한 좌절에 빠진다. 그가 독재자가 된 것도 큰 좌절 후 이어진 것이다.
독재자가 된 이유도 아들 때문이었지만,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친 것도 아들 때문이었다. 최고의 연기 역시 아들 앞에서였다. 김일성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근은 김일성 대역부터 '리어왕'의 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회담 리허설을 기획하는 중앙정보부 오계장은 성근의 연기를 "예술이네"라고 표현한다. 예술이었다. 127분으로 이어진 '나의 독재자' 속 설경구의 예술은 그곳에서 가장 빛났다.
[영화 '나의 독재자' 포스터,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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