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최하위에서 포스트시즌까지 올라간 건 처음이다. 정말 놀라운(Remarkable) 시즌이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는 지난 7월 4일 조쉬 벨의 대체자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2번째 경기인 지난 7월 9일 두산 베어스전서 결정적인 1타점 2루타를 때려낸 데 이어 다음날은 3안타 4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 37경기에서 타율 2할 1푼(100타수 21안타) 4홈런 17타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출루율도 2할 9푼 2리였다. 외국인 타자로서 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8월 한 달간 14경기에서 타율 1할 8푼(50타수 9안타) 3홈런 7타점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고, 9월에는 허벅지 근육 부상까지 겹쳐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10월 9경기에서도 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벨이 더 잘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가 부진을 거듭하던 지난 8월 "뭔가 보여주려는 마음이 커 보인다. 연습때는 가볍게 치는데, 실전에서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배트 스피드가 늦어 헛스윙이 자주 나온다. 변화구 타이밍도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스나이더를 믿었다. 그를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전격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스나이더가 키플레이어다. 미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일단 성공이다. 스나이더는 지난 19일 1차전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맹활약으로 LG의 13-4 완승을 도왔다.
특히 3회초 2사 후 안타로 출루한 뒤 과감한 도루를 시도했고, NC 포수 김태군의 송구 실책까지 틈타 3루에 안착했다. 곧이어 터진 김용의의 2루수 방면 내야안타에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6-1로 추격당하던 상황에서 그야말로 결정적 득점을 올린 것. 과감한 주루가 주효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우천 순연된 전날(20일) 스나이더를 만났다.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준비는 돼 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온다"던 그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정규시즌에는 좋지 않았다.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며 "그때는 모든 공을 다 치면서 많이 보여주려고만 했지만 지금은 볼넷이든 단타든 최대한 많이 출루하는 게 목적이다"고 말했다.
렌즈 교체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양 감독은 19일 1차전이 끝나고 "스나이더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콘택트렌즈 교체 사실을 전했다. 김무관 타격코치 등이 "스나이더의 헛스윙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검사를 권유했는데, 근시와 난시가 모두 있었다. 초점이 흐려지니 타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스나이더는 "큰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됐다"며 "렌즈 하나를 너무 오래 끼고 있었다. 나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배트스피드가 빨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너무 풀스윙만 하려고 했다"며 "장타를 노리다 보니 배트스피드가 느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서는 마음 편히 컨택 위주로 스윙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배트스피드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서는 주력에 상관없이 공격적인 주루와 타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차전서 나온 스나이더의 기습 도루도 이와 무관치 않다.
LG의 4강행은 그 자체만으로 기적이나 다름없다. 한때 승패 마진이 무려 '-16'이었다. 4강은 고사하고 최하위만 벗어나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후반기부터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고, 리그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잡아내며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스나이더는 "꼴찌에서 치고 올라가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정말 놀라운 시즌이다"며 "이전까지 내가 뛰던 팀들은 대부분 상위권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스나이더는 "수치로 정해놓은 목표는 없다"며 "단기전인 만큼 최대한 많이 출루하는 게 첫째 목표다. 두 번째는 최대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싶다. 정규시즌에 좋지 않았음에도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 건 정말 영광이다. 감독님께서 키플레이어로 꼽아주시니 기분 좋다. 감사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LG 트윈스 브래드 스나이더.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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