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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방영 전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는 한류스타들의 출연과 같은 제작사, 그리고 조선을 소재로 한다는 점 때문에 제2의 '성균관스캔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는 결정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21일 '야경꾼일지' 마지막회에선 이린(정일우), 무석(정윤호), 도하(고성희), 조상헌(윤태영) 등이 이무기를 부활시키고 끝내 자신이 직접 용신이 되려는 사담(김성오)의 음모를 저지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후 이린은 기산군(김흥수)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았고, 잠시 떨어졌던 이린과 도하는 재회하며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으로 극은 마무리됐다.
'야경꾼일지'는 방송 내내 대부분의 회차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평일극 중 시청률 10%를 넘어서는 작품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최근의 경향에 비춰보면 10% 초반의 평균 시청률은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하지만 작품을 향한 평가 면에서 '야경꾼일지'는 연출과 전개가 아쉽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택했지만 가상의 왕이 등장한 '야경꾼일지'는 판타지의 공식을 따라간 작품이었다. 아픈 과거를 통해 귀신을 보게 된 주인공 이린의 주변으로 동료들이 모였다. 그 중에는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왕의 호위무사 무석이 있었고, 불을 다룰 줄 아는 백두산 마고족 출신의 소녀 도하도 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신적 지주 조상헌도 합류했다. 이들은 이무기를 부활시키려는 '절대 악' 사담과 치열한 대결을 펼쳤고 끝내 승리했다. 주인공이 이색적인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동료를 모아 악인과 대결을 펼친다는 설정은 전형적이지만 그만큼 명확한 판타지의 전개법이었다.
그런데 이 설정만으로 24부작을 이끌어가기엔 섬세함이 모자랐다. 사건은 매번 너무 쉽게 해결됐고, 새로운 위기가 탄생하기 위해 어김없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추가 설정이 등장했다. 이무기가 이린의 손에 사라지자, 사담은 천년화를 흡수해 스스로 용신이 되려했다. 하지만 천년화의 힘을 지나치게 흡수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됐고 사담은 자멸했다.
최후의 전개에서 사담이 전설의 꽃 천년화를 훔치는 것은 너무 쉬웠고, 끊임없이 이무기를 되살리려 했던 사담은 마지막 순간에야 스스로 용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첫 회부터 천년화를 사용했던 사담은 꽃의 진짜 사용법을 사실 모르고 있었다.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야경꾼일지'를 향한 가장 큰 아쉬움은 치밀하지 못한 사전 구성과 아쉬운 전개에 있었다. 작품 초반 '야경꾼일지'를 향한 이슈는 CG였지만 뚜껑을 열수록 CG는 문제가 아니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저자 J.R.R.톨킨은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사용할 2, 3개가량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귀신과 싸우는 야경꾼들이 살아가는 판타지 세계를 그려가기엔 작품에 디테일이 부족했다. 악인은 그저 악인일 뿐이었고, 주인공의 고민도 예상 가능한 수준에 머물렀다. 작품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전 '야경꾼일지'는 한국판 '고스트바스터즈'라는 한 줄 설명으로 알려졌었다. 오히려 '고스트바스터즈'처럼 다양한 사연과 특징을 귀신과 대결을 펼치며 성장하는 야경꾼들이 최종 대결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면 내용은 더 풍성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배우 정일우, 정윤호, 고성희, 김성오(위부터).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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