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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박해일이 부자 호흡을 맞춘다. 그것만으로도 영화 '나의 독재자'에 거는 기대는 충분했다.
지난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나의 독재자'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만했다. 아버지 성근 역의 설경구와 그의 아들 태식 역의 박해일은 말 그대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휘몰아치는 연기력을 발산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두 사람은 그야말로 스크린의 독재자라 부를 만했다.
'나의 독재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일성으로 변해가는 설경구의 모습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건 설경구와 박해일의 부자관계.
아들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무명 배우 성근은 처음으로 그럴 듯한 배역을 맡아 무대 위에 서지만 자신의 대사조차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오게 된다. 이후 성근은 남북회담 리허설을 기획하는 중앙정보부 오계장(윤제문)에게 오디션 제의를 받고, 갖은 고문이라는 시험을 통과한 후 김일성의 대역으로 발탁돼 점점 완벽한 김일성이 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태식과의 사이가 벌어지게 됐고,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한 태식이 빚 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성근을 옛 집으로 데려옴에 따라 진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력을 맘껏 폭발시키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의 대역을 맡은 성근 역으로 분해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스펙터클한 외적 변신을 선보이는 설경구는 '연기 거장'의 향기를 풍긴다. 특히 영화 말미 설경구의 입을 통해 나오는 연극 '리어왕'의 대사들은 강력한 울림과 함께 '연기의 신'을 목도한 듯한 충격을 안긴다. 설경구의 연기는 항상 최고였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최고 중의 최고인 듯 하다. '박하사탕' 이후 자신이 출연한 모든 영화가 '박하사탕'과 비교돼 힘들었다는 설경구는 앞으로 '나의 독재자'와 비교되는 아픔(?)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속물근성 가득한 양아치 태식이지만 이런 태식이 밉지 않아 보인 건 순전히 박해일 덕분이다. 박해일은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지닌 태식을 매력적이며 연민 가득하게 그려낸다. 특히 성근의 마지막 무대에서 두 사람이 펼쳐 보이는 시너지 효과는 이 영화의 백미 중의 백미다.
여기에 오계장 역의 윤제문, 성근의 연기 조력자 허교수 역의 이병준, 태식을 짝사랑하는 여정 역의 류혜영,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 건달 백사장 역의 배성우, 성근의 대본 담당 철주 역의 이규형 등도 설경구, 박해일 못지않은 열연을 펼친다.
한편 '나의 독재자'는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표류기'를 선보인 이해준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으로 오는 30일 개봉된다.
[영화 '나의 독재자' 스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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