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포스트시즌은 전쟁이다. 한 선수는 "포스트시즌서는 10승, 3할 타율 등 개인 기록은 소용없다. 팀이 이겨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시즌에 아무리 잘했어도 포스트시즌서 침묵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의 활약이 더 돋보인다.
스나이더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1-0으로 앞선 4회초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4-2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1차전서 3안타에 결정적인 득점까지 올린 좋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3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 이날 유일한 안타가 투런 홈런이었다. 연이틀 강제 휴식도 스나이더의 불방망이를 막지 못했다.
스나이더의 정규시즌은 처참했다. 7경기에서 타율 2할 1푼(100타수 21안타) 4홈런 17타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출루율도 2할 9푼 2리였다. 특히 8월 한 달간 14경기에서 타율 1할 8푼(50타수 9안타) 3홈런 7타점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고, 9월에는 허벅지 근육 부상까지 겹쳐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10월 9경기에서도 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양 감독은 스나이더를 믿었다. 그를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전격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스나이더가 키플레이어다. 미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리고 스나이더는 1차전서 3안타 1타점 1득점 맹활약으로 응답했다. 스나이더는 "정규시즌 부진에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간 건 무척 영광이다. 키플레이어로 꼽아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욕심을 버린 것. 전날(21일) 만난 스나이더는 "정규시즌에는 많이 보여주려다 보니 모든 공에 다 배트가 나갔다. 풀스윙만 하려다 보니 배트스피드도 느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생각을 바꿨다. 출루에 목적을 두고 편안하게 임했다. 그는 "지금은 볼넷이든 단타든 최대한 많이 출루하고 득점에 기여하는 게 목적이다. 마음 편히 컨택 위주로 스윙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에게 포스트시즌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날도 그랬다. 무척 침착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NC 선발 에릭 해커와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정규시즌 113타석에서 삼진 31개나 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에릭은 스나이더의 약점인 높은 코스를 공략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스나이더의 침착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
2번째 타석이 백미였다. 팀이 1-0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4회초 1사 1루 상황. 에릭의 3구째 141km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몸쪽 높은 직구. 정규시즌 내내 헛스윙을 연발하던 바로 그 공을 받아쳐 결정적 홈런으로 연결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풀스윙이 아닌 정확하게 맞히려는 스윙이었다. 타구는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 한 방은 결정적이었다. 격차가 3점으로 벌어지면서 LG 마운드에 숨쉴 틈이 생겼다. 이후 LG는 7회말 2점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동점 허용 없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결국 스나이더의 한 방이 LG의 한 점 차 승리를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날 경기 전 김경문 NC 감독은 "정규시즌에 3할 이상 치고 포스트시즌에 침묵하는 것보다 2할대 중반을 쳐도 포스트시즌서 팀 승리에 기여하면 된다"고 했다. 스나이더가 그랬다. 욕심을 버리니 방망이가 춤을 춘다. 포스트시즌용으로 거듭난 건 물론이다.
[LG 트윈스 브래드 스나이더가 홈런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 창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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