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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대한민국 비정규직은 823만 명이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44.7%이며, 그중 여성 비정규직은 443만 명이다. 2014년 현재 4인 가족 중 1명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야기다. 영화 '카트'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는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한다. 일명 '여사님'으로 통하는 비정규직원들은 온갖 컴플레인에도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이한다. 제대로 된 수당을 받지도 못하지만 언제나 야근을 해야 한다. "마트 일인데"라고 애써 웃지만 이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또 정직원이 된다는 희망 하나로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더 마트 직원들은 '반찬값'을 벌기 위해 나온 주부들이 아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업에 뛰어든 또 한명의 가장이다. 그런 이들은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에 노조를 만들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 힘을 합치게 된다.
'카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다. 서로 힘을 더했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따뜻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다. 노조를 갈라놓기 위해 사측은 비열한 방법으로 분열을 만들어내고 갈등을 야기한다. 그들을 어둠으로 몰아넣는 것은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는 이 세상이다.
'카트' 속 장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정규직 전환을 외치며, 복직을 외치며 파업을 하고 시위를 하는 모습을 한번쯤을 봤을 것이다. 냉정하고 차가운, 또 이기적인 목소리는 영화 내에도 존재한다. 사측이 노조와의 만남을 거부한 후 노조는 파업을 감행한다. 이에 고객은 "왜 이런 일에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이 작품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현실을 정확하게 꼬집었기 때문이다. 또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염정아를 비롯해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도경수, 황정민, 천우희, 이승준, 지우 등 쟁쟁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김영애의 말처럼 영화 속 구멍이 없었다. 단 한순간도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선희를 연기한 염정아도, 싱글맘 혜미를 연기한 문정희, 청소원 순례의 김영애 등 가슴 절절한 그들의 사연을 높은 몰입도로 전달했다.
엑소 멤버 도경수(디오)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먼저 연기를 보여준 도경수지만, 촬영 시기를 따지만 '카트'가 먼저다. 훌륭했다. 출연 배우들은 다들 도경수를 칭찬했다. 특히 김영애는 22일 진행된 언론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다들 구멍 없이 연기를 잘 해 줬다. 특히 도경수는 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잘 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트'의 감동은 결말에서도 진하게 느껴진다. 우리들의 주변에서 벌어졌고,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끝나지 않는 싸움을,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한 결말은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만든다. 선희(염정아)의 말처럼 그들은 투명인간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특별한 사람도 아니다. '카트'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우리 이웃의 절규가 곧 '카트'다. 러닝타임 110분. 12세이상관람가. 11월 13일 개봉.
[영화 '카트' 포스터, 스틸컷. 사진 = 명필름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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