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3,4차전서 끝난다고 해서 플레이오프를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LG 양상문 감독은 22일 NC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스케줄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핵심은 포스트시즌서 우천취소 게임이 발생했을 때 스케줄 조정. 양 감독 생각은 준플레이오프 혹은 플레이오프서 우천취소 게임이 발생할 경우 한국시리즈까지 포함한 전체 스케줄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밑에서 치고 올라가는 팀에 희망이 생긴다는 논리.
이번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은 19일과 22일 창원마산구장에서 열렸다. 본래 19일과 20일에 진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20일과 21일에 마산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결국 1996년 10월 2~3일 현대-한화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18년만에 포스트시즌 게임이 이틀 연속으로 열리지 못했다. 사실 포스트시즌은 주로 10월에 열리는 특성상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우천취소 이후 스케줄 조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KBO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해왔다.
▲ 핵심은 PS 전체 스케쥴
이번 준플레이오프 원래 일정은 22일 3차전, 23일 4차전, 25일 5차전이다. 26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갖고, 27일 목동구장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진행한다. 그러나 20일로 예정됐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22일로 미뤄지면서 3차전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장소 혹은 시리즈가 변경되면 최소 하루의 이동일을 두는 게 포스트시즌 기본원칙.
연이틀 우천취소 사태로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25일, 5차전은 27일에 열린다. 물론 4~5차전이 열린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 만약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갈 경우 플레이오프 1차전은 기존의 27일이 아닌 29일에 열린다. 11월 4일 시작되는 한국시리즈 1차전도 11월 6일로 밀린다. 아울러 한국시리즈 7차전도 11월 14일에서 16일로 밀린다. 완전히 겨울야구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KBO는 준플레이오프가 3차전(24일) 혹은 4차전(25일)서 끝날 경우 플레이오프를 예정대로 27일에 시작하기로 했다. 시리즈 사이에 최소 하루의 이동일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KBO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한국시리즈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에 포스트시즌을 오래 끌어봐야 흥행에 좋을 게 없고 경기력에도 지장을 미친다는 판단. 또 올해 포스트시즌은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평상시보다 2주가량 늦게 시작했다. 본래 10월 20일 정도에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한국시리즈가 진행되는 게 마침맞다. KBO가 포스트시즌을 빨리 진행하려는 건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 언더독은 서럽다
양 감독 주장도 일리가 있다.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될 경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전체일정이 하루씩 뒤로 밀리는 게 옳다는 생각. 본래 준플레이오프, 혹은 플레이오프를 3~4차전서 끝내는 팀은 5차전서 끝내는 팀보다 다음 시리즈 1차전까지 휴식일을 더 많이 갖는다. KBO가 포스트시즌 일정을 짤 때 시리즈 최종전까지 간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이틀 우천취소 사태로 일정이 밀리면서 LG가 3차전서 준플레이오프를 조기에 끝내더라도 예년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단 이틀의 휴식일만 갖게 된다.
그래서 양 감독은 “조기에 끝내도 다음 시리즈까지 휴식일이 1~2일에 불과하다면, 밑에서 치고 올라가는 팀에 희망이 없다”라는 코멘트를 한 것이다. 정규시즌 3~4위 정도의 언더독이 포스트시즌서 반란을 일으키려면 하위 스테이지 시리즈를 조기에 마칠 때 그만큼 휴식일을 더 얻는 게 최소한의 어드벤티지라는 것. 2001년 두산(정규시즌 3위)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예외 없이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든 현실을 봐도 양 감독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 성급한 우천취소가 아쉽다
결국 핵심은 포스트시즌 우천취소다. 정규시즌도 그렇지만, 포스트시즌은 다음 시리즈 일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KBO는 포스트시즌 때 비가 오더라도 정규시즌과는 달리 어지간하면 경기를 강행하는 편이다. 하지만, 20일 취소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언론들을 통해 연이어 지적됐다.
실제로 20일 우천취소 결정이 내려진 뒤 2~30분 뒤 빗줄기가 상당히 약해졌다. 그라운드가 많이 젖어있었지만, 좀 더 정비작업을 한 뒤에는 충분히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더구나 22일 오전까지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21일로 미룬다고 해도 경기 진행 여부를 속단할 수 없었다. 그럴 바에야 20일 정상적으로 2차전을 진행하는 게 나았다.
LG와 NC 모두 공식적으로는 20일과 21일 연이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를 맞으면서 경기 전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쉬어도 제대로 쉰 게 아니었다. 준플레이오프를 3~4차전서 끝내더라도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휴식일이 예년보다 부족하다는 양 감독 하소연이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비 내리는 창원마산구장. 사진 = 창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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