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까지는 아무도 막지 못했다.
파죽의 개막 7연승을 질주 중인 오리온스. 강력한 힘의 원천은 장신 포워드들을 대거 활용하는 ‘빅 라인업’이다. 오리온스는 지난시즌 kt와의 4-4트레이드로 앤서니 리처드슨(201cm), 장재석(204cm), 김도수(195cm)를 영입했다. 여기에 허일영(195cm)이 군복무 후 가세하면서 기존 김동욱, 최진수와 함께 강력한 장신라인업을 구축했다. 가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을 모두 190cm 이상의 장신 포워드로 배치할 수 있다.
빅 라인업으로 지난 시즌 막판 8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이후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시즌 막판 주춤했다. 그리고 빅 라인업 가동의 약점이 노출됐다. 결국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서 1승3패로 패퇴. 절치부심한 오리온스는 올 시즌 초반 다시 한번 빅 라인업으로 개막 7연승을 일궈냈다. 1승만 보태면 2011-2012시즌 동부의 개막 최다 8연승과 타이.
▲ 이승현+길렌워터, 약점을 보완한 빅 라인업
오리온스 빅 라인업의 최대 장점은 미스매치 유발이다. 국내 프로농구 현실에선 2~3번 포지션에서 완벽한 미스매치로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공권과 골밑 수비 우위는 두 말할 것도 없는 부수적 장점. 그런데 빅 라인업이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장신자들이 유기적으로 내, 외곽을 오가며 공격 밸런스를 유지해줘야 한다. 추일승 감독은 “포워드들이 골밑으로만 몰리면 공격이 뻑뻑해진다”라고 했다.
반대로 포워드들이 외곽으로만 빠져도 곤란하다. 지난 시즌의 경우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리처드슨은 외곽 플레이에는 능했지만, 골밑공격과 수비에 소극적이었다. 장재석이 외국인센터와의 1대1에서 지속적인 이점을 누리긴 쉽지 않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빅 라인업의 밸런스가 깨졌다. 지난 시즌 상위권 팀들은 오리온스의 이런 세부적 약점을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약점을 보완했다. 일단 트로이 길렌워터(199cm)가 골밑에서 완벽하게 버텨낸다. 리바운드에 다소 소극적인 경향도 있지만, 신장이 5번으로서 압도적이지 못한 약점을 강력한 파워, 볼을 향한 엄청난 집중력, 좋은 스텝 등으로 극복해낸다. 추 감독도 “골 넣는 재주는 탁월하다”라고 했다. 터키, 러시아리그 시절부터 들었던 칭찬.
이런 상황에서 이승현이 가세했다. 추 감독은 “승현이가 스몰포워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빅 라인업의 안정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이승현의 성장은 인상적이다. 3점슛을 완벽하게 장착했다. 성공률이 높다. 이승현이 내, 외곽을 오가면서 길렌워터에게 몰리는 수비를 분산시켜준다. 그는 “내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고려대 시절과는 달리 세컨드 옵션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내, 외곽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득점보다는 리바운드, 도움수비, 블록에 더 많이 신경 쓴다. 추 감독은 “수비에서도 승현이가 리커버에 이은 블록슛이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극찬했다. 득점 그 이상의 순도를 자랑한다.
이승현이 3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장재석이 부담 없이 4번에만 매진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리온 윌리엄스와 함께 뛸 때도 빅 라인업 속에서 4번으로 뛰었지만, 윌리엄스가 기복이 심했기에 골밑 수비 부담이 컸다. 또 외곽 폭발력이 있는 허일영이 상대 더블팀 수비를 무력화시킨다. 볼 없는 움직임과 외곽 수비력이 좋은 김도수와 김강선도 빅 라인업의 약점을 풀어낼 수 있는 카드. 빅 라인업이 어쩔 수 없이 스피드가 느리지만, 스위치 디펜스가 비교적 원활한 이유. 이런 요소들이 결합돼 올 시즌 오리온스 빅 라인업이 지난 시즌보다 강력해졌다.
▲ 정녕 막을 수 없는 벽인가
지금까지 오리온스 빅 라인업을 완벽하게 제어한 팀은 없었다. 한 농구관계자는 “앞으로도 완벽하게 공략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오리온스가 올 시즌 선두권을 꾸준히 지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겨우 1라운드다. 맞대결이 쌓이면서,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오리온스 빅 라인업의 공략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술적으로 민감한 사령탑이 많은 KBL에서 다른 감독들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가능성은 낮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코멘트가 힌트다. 그는 1라운드 맞대결 패배 이후 “길렌워터가 좋은 선수이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길렌워터가 막힐 경우 빅 라인업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승부처에서 길렌워터가 해결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 추 감독도 “길렌워터가 외곽에서 슛이 좀 들어가줘야 한다”라고 했다.
길렌워터는 내, 외곽 공격에 두루 능하다. 지금까진 골밑 공격을 많이 했다. 오리온스 공격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장재석, 이승현과의 호흡이 좀 더 매끄럽게 맞아들어갈 경우 길렌워터가 외곽득점에 성공할 때 빅 라인업 위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 추 감독은 “상대가 미스매치를 커버하기 위해 길렌워터 수비에 집중할 경우 다른 쪽에서 찬스가 더 많이 열린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허일영과 이승현의 외곽포는 좋은 무기다.
오리온스 빅 라인업은 길렌워터를 제외하고 개인공격에 욕심을 내지 않고 철저히 확률 높은 공격을 시도한다. 추 감독은 결국 길렌워터가 외곽 공격 성공률이 높아지면서도 전체적인 공격 밸런스가 유지될 경우 파괴력이 더 좋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반대로 길렌워터의 동선이 묶일 경우 빅 라인업 위력이 감소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빅 라인업은 스피드가 느리기 때문에 스위치디펜스, 외곽수비, 공수전환 등에서 약점이 있다. 어차피 오리온스도 40분 내내 빅 라인업을 구사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도 승부처에서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위력적이다. 오리온스 빅 라인업 파괴력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시즌 초반 최대 관전포인트다.
[오리온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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