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넥센으로선 2차전 패배가 충격적이었다.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서 가장 인상적인 건 넥센 염경엽 감독의 철저한 단기전 모드. 준플레이오프부터 정석에 가까운 안전운행을 하고 있는 LG 양상문 감독과는 사뭇 다르다. 염 감독은 정규시즌 2위가 확정된 후부터 플레이오프를 철저히 준비했다. 목표는 넥센 전력을 극대화해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
염 감독은 시즌 막판 “정규시즌은 개인기록도 함께 챙겨주는 무대지만, 포스트시즌은 팀 승리가 유일한 목표”라고 했다. 쉽게 말해서 팀 승리를 위해선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실리주의 자세. 에이스 밴헤켄을 2차전으로 돌리고 피로 회복력이 돋보이고 경기 중 구위 저하 속도가 느린 헨리 소사가 1차전에 나섰다. 마무리 손승락이 조금이라도 불안하자 한현희 카드로 상대의 저항 싹을 잘랐다. 조상우와 한현희는 최대 45구를 연투가 가능할 정도로 준비시켰다. 이 모든 게 정규시즌과는 철저히 배치되는 필승전략.
▲ 1~2차전, 의외로 어긋난 계산
염 감독 구상은 1~2차전서 의외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우선 1차전 선발 소사는 4⅓이닝만에 3실점으로 무너졌다. 뒤이어 조상우, 손승락, 한현희로 4⅔이닝을 버텨낸 건 대성공. 그러나 2차전서 조상우와 한현희는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고 합작 2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밴헤켄은 7⅓이닝을 3실점(2자책)으로 버텼으나 타선이 신정락을 전혀 공략하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서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서건창 이택근 테이블세터(16타수 1안타), 박병호 강정호 쌍포(15타수 4안타)는 1~2차전서 위력적이지 않았다. 당연히 타선이 전반적으로 조직적으로 터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여기에 염 감독의 포스트시즌용 마운드 운영 구상이 1~2차전서 들어맞지 않았다. 1승1패. 염 감독으로선 1차전 대타 윤석민 카드가 들어맞지 않았다면 매우 난처할 뻔했다.
▲ 3~4차전, 필승카드들의 반격 가능?
무엇보다도 계산대로 풀리지 않은 건 불펜 필승조. 염 감독은 조상우와 한현희가 최대 45개의 공을 던질 수 있게 준비시킨 상황. 그러나 1차전서 2⅔이닝, 34개의 공을 뿌린 조상우의 2차전 구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웃카운트 단 1개를 잡지 못한 채 무너졌다. 반대로 한현희의 경우 1차전서 단 1개의 공만 던졌으나 2차전서는 좋지 않았다. 2차전 패배의 핵심이었다. 염 감독이 전혀 계산하지 못한 부분.
염 감독은 중간 휴식일이 있는 플레이오프 특성상 필승조를 5경기 모두 투입할 수 있다고 계산한 상황. 일단 3차전서도 승부처에 조상우와 한현희를 쓸 수밖에 없다. 29일 휴식일을 통해 구위와 자신감을 회복하느냐가 관건. 한편으로 넥센은 토종 선발진이 강하지 않은 상황. 3차전 선발 가능성이 높은 오재영이 많은 이닝을 버텨내지 못할 경우 불펜 부담은 더 커진다. 어쩔 수 없는 넥센 마운드의 아킬레스건.
▲ 못 쳐서 졌다
넥센 타선은 1차전서 9안타 6득점, 2차전서 5안타 2득점했다. 리그 최고의 타격의 팀이란 명성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염 감독은 2차전 직후 “못 쳐서 졌다”라고 했다. 넥센으로선 소사-밴헤켄이 나오는 경기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면 타선 도움이 필요했으나 의외로 우규민-신정락을 화끈하게 공략하지 못했다. 리그 최고 상위타선이 버텨내지 못했다. MVP 후보 3인방 서건창-박병호-강정호는 LG 마운드에 철저히 봉쇄된 느낌.
3~4차전이 열릴 잠실은 목동보다 외야가 광활하다. 양팀 투수 모두 같은 조건이지만, 넥센이 LG보다 장타력이 좋다는 걸 감안하면 LG 투수들의 부담감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넥센으로선 홈런이란 확실한 옵션 대신 타선 응집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환경. 이런 점을 감안하면 1~2차전서 보여준 타선 응집력은 썩 만족스럽진 못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염 감독의 계산대로 되는 건 아니다. 염 감독은 1~2차전서 정규시즌과 비슷한 라인업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잔여 플레이오프 경기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염 감독은 객관적 마운드 약세를 몇 가지 특수한 장치를 통해 희석하려고 했으나 1~2차전서는 의도대로 적중하지 않았다. 1승1패. 선발 매치업, 타선 응집력과 구장 환경 등 3~4차전도 넥센이 LG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지닌다고 볼 순 없다. 염 감독의 별명은 염갈량. 위기서 디테일한 전략에 강했다. 3~4차전서 그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 그게 넥센 전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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