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상문 감독은 안전운행 중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NC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던 도중 “우리나라 포스트시즌 시스템에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종종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이 있었다. 지난해 두산도, 2002년 LG도 그랬다. 그러나 결과는 준우승.
그 속에는 정규시즌보다 훨씬 치열한 포스트시즌 강행군 끝자락에는 극심한 체력 소모로 인한 경기력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일종의 명제가 숨어있다. 양 감독은 스스로 냉정한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고민을 내비쳤다. 2014년 양 감독의 LG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접수하는 게 최종적인 목표이기 때문. LG는 현재 포스트시즌 6경기를 치렀고, 2경기가 예정됐다. 한국시리즈까지 갈 경우 최대 9~10경기를 더 치른다. LG로선 포스트시즌 중반전에 돌입한 셈이다.
▲ 야구는 승부수를 띄울 게 없다?
양 감독은 정규시즌 도중 “야구는 승부수를 띄울 게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선발투수를 빨리 내리고 구원투수를 조기에 투입하는 것인데, 실패하면 그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선발이 5회 정도에 불안해 필승조를 무리다 싶을 정도로 소모하고도 패배하면 2배 이상의 타격이 찾아온다. 보통 중, 하위권 팀들이 그런 패턴으로 순위싸움서 밀려나곤 했다.
양 감독은 마찬가지 의미로 “선발투수의 불펜 아르바이트 역시 결과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시즌 10경기 남기고서는 몰라도”라고 한 적도 있었다. LG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에 극적으로 4위를 확정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그 순간까지도 선발투수에게 불펜피칭 대신 불펜 실전 등판을 지시하지 않았다.
양 감독의 경기운영 대원칙은 순리대로다. 모든 감독이 외치는 기본원칙. 그러나 양 감독은 최하위이던 LG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승률을 급격히 끌어올렸다는 의미. 당연히 갖고 있는 전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팀이었다. 양 감독은 무리한 마운드 운영 이전에 마운드 보직 정비를 마쳤다. 기존 이동현 봉중근 외에도 신재웅 윤지웅 임정우 등 불펜 요원들에게 필승조로서 확실한 역할을 부여했다. 선발로테이션도 자연스럽게 돌렸다. 그리고 신뢰를 줬다. 그러자 좋은 결과가 나왔다. LG가 정규시즌 막판 잘 나간 건 양 감독이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포스트시즌도 안전운행
포스트시즌 7경기째를 앞둔 LG에 가장 인상적인 건 포스트시즌임에도 무리한 경기운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정규시즌과 성격이 다르다. 패배가 곧 탈락. 감독들은 정규시즌과는 달리 매 경기 강공드라이브를 건다. 다음 날을 생각하지 않고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다. LG의 플레이오프 파트너 넥센만 해도 염경엽 감독이 준비한 몇 가지 승부수가 1~2차전서 드러났다. 2선발 소사의 1차전 기용, 필승조의 45구 연투 준비가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특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대타 카드를 적극적으로 집어 들긴 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감독이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다. LG의 이번 포스트시즌 6경기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상대 선발투수 유형에 따라 정형화된 라인업이 등장했다. 또, 승패를 떠나서 선발투수가 5회도 채우지 못한 케이스가 딱 1차례에 불과했다. 물론 포스트시즌 들어 대체로 정규시즌보다 교체 템포는 약간 빠르다. 놀라운 건 흔들리는 선발을 무작정 조기에 뺀 경기도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또 준플레이오프부터 선발투수들을 철저히 로테이션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시리즈 흐름, 상대 선발 등 주변환경에 따라 선발투수 등판순번을 바꾸지도 않았고 등판날짜를 앞당기지도 않았다.
물 흐르는대로, 순리대로 마운드 운영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규시즌보다 불펜 투입 타이밍이 빠르다고 해도 LG 필승조는 가용인력이 많다. 이닝을 분담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사전에 준비한 부분. 결국 포스트시즌도 정규시즌과 거의 비슷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하고도 4승2패를 기록 중이다.
따지고 보면, 양 감독의 이런 안전하고 무던한 경기운영이 또 다른 의미의 포스트시즌 승부수이기도 하다. 양 감독은 이미 준플레이오프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단 걸 드러냈다. 무리한 마운드 운영을 최대한 피해야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지금까진 특별하거나 무리한 승부수 없이도 LG는 좋은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눈에 띄고 자극적인 승부수가 많은 포스트시즌서 양 감독의 안전운행은 표시가 나지 않지만, 그 의미마저 없는 건 아니다.
궁금한 건 LG가 수세에 몰렸을 때 양 감독의 대처. 현재 1승1패. 만약 LG가 이날 넥센과의 3차전을 내준다면 4차전서는 어쩔 수 없이 ‘내일은 없다’식의 총력전이 불가피해진다. 그 전후 과정과 벤치 움직임을 통해 양 감독의 소신과 철학이 또 한번 드러날 전망이다.
[양상문 감독과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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