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발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포스트시즌서 한동안 3선발 체제를 보기 어려웠다. 1~4선발이 고른 기량을 갖고 있다면, 4선발 체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게 증명됐기 때문. 그러나 올해 넥센은 30승을 합작한 막강한 원투펀치(벤헤켄, 헨리 소사)와 최강 타선의 조화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염경엽 감독은 LG와의 플레이오프서 어설픈 4선발 체제보다 확실한 3선발 체제를 택했다. 물론 문성현이 옆구리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서 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3선발을 채택한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헨리 소사의 뛰어난 피로 회복력에 착안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염 감독의 승부수는 맞아떨어졌다.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될까.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는 달리 7전 4선승제다.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 성격이 가미됐다. 포스트시즌 4선발 체제의 이점이 극대화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결국 이 지점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의 지략대결이 시작된다.
▲ 넥센 또 3선발?
넥센은 올 시즌 토종 최다승(9승)을 거둔 문성현의 옆구리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그는 10월 15일 목동 롯데전서 정규시즌 피날레 선발등판을 했다. 그러나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면서 ⅔이닝만에 강판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일단 문성현의 옆구리는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감독의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시리즈 특수성을 생각하면 문성현을 불러 4선발 체제로 가는 게 좋다. 선발진이 풍족한 삼성에 대적하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문성현이 어떤 투구내용을 선보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4선발로 출격해 부진할 경우 오히려 상황은 나빠질 수 있다. 때문에 확실한 3선발 체제가 나을 수도 있다. 소사의 피로 회복력이 플레이오프서 증명됐다. 또 3선발 오재영의 구위도 좋았다. 넥센은 플레이오프를 4차전서 끝내면서 4일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정상적으로 밴헤켄~소사~오재영을 투입할 수 있다. 사흘 후에도 잘 던질 수 있는 소사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한국시리즈서도 소사를 1선발로 활용해 4차전, 7차전까지 던지게 할 수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과 한국시리즈 1차전의 간격 역시 사흘.
▲ 삼성, 누구를 불펜으로 돌리나
삼성은 선발투수가 풍족하다. 에이스 릭 밴댄헐크를 비롯해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 J.D. 마틴이 버티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올 시즌 내내 셋업맨으로 뛴 차우찬도 본래 선발자원. 또한, 선발투수들의 기량이 고르다는 게 삼성의 최대 강점. 한국시리즈를 3선발 체제로 운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4선발 체제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팀이 삼성.
삼성이 원투펀치의 파괴력에선 넥센에 밀린다. 에이스 밴덴헐크가 있지만, 누가 2선발로 나서더라도 넥센 2선발 소사를 압도하진 못한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장기전 성격을 갖고 있다. 넥센은 상대적으로 3선발 체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선발싸움에선 삼성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컨디션이 좋은 삼성 4선발이 사흘만에 두번째로 등판하는 넥센 1선발 밴헤켄과 대등한 승부를 벌일 경우 전체적인 마운드 싸움에서 유리해진다는 의미. 넥센이 문성현을 한국시리즈 4선발로 내세우더라도 삼성 4선발 체제가 내구성에선 전혀 밀리지 않는다.
삼성이 5명의 선발투수 중 누구를 불펜으로 돌릴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배영수, 마틴이 밴덴헐크, 장원삼, 윤성환에 비해 살짝 처진다. 10승을 돌파하지 못했고, 평균자책점도 약간 더 높았다. 결국 1명을 불펜으로 돌려 4선발 체제를 구성하고, 롱 릴리프와 불펜진을 동시에 두껍게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단기전서 두번째 투수의 중요성이 크다. 이 부분에선 삼성이 넥센에 확실히 우세하다.
변수가 있다.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마틴은 중간으로는 안 되겠더라”고 한 적이 있다. 마틴은 8월 9일 목동 넥센전서 올 시즌 유일하게 구원으로 나섰다. 당시 로테이션과 휴식기 일정으로 선발진 운영에 여유가 있었다. 류 감독은 넥센전 필승카드로 마틴을 구원 등판시켰으나 마틴은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4실점했다. 이후 류 감독은 “마틴이 몇 차례 몸을 풀었다가 쉰 뒤 갑자기 등판했다. 그래서 흔들린 것 같다”라고 했다. 구원투수들에겐 일상적인 어려움을 마틴이 극복하지 못한 것. 그런 특성을 감안하면 마틴을 선뜻 구원으로 돌리긴 쉽지 않다. 또 선발투수들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불펜행의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다.
[밴헤켄(위), 밴덴헐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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