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확실히 좋지는 않죠.”
여자농구의 어두운 단면 하나. 6개구단 주전급 선수들의 잔부상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 여자농구는 남자에 비해 선수층이 얇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망주가 줄어들고 있다. 저연차 유망주들과 베테랑들과의 실력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감독들은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0대 초, 중반 베테랑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1~2시즌을 살펴보면 감독들이 인위적으로 젊은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선 다시 베테랑 주전들에게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2014-2015시즌이 1일 KB-KDB생명전으로 개막했다. 두 팀 역시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만 젊은 선수들을 의식적으로 많이 기용하고 있는 KB는 변연하의 무득점 속에서도 승리했다. 신정자와 이경은의 대안이 마땅하지 않은 KDB생명은 후반 갑자기 무너지면서 패배했다.
▲ AG 후유증 있다
경기 전 서동철 감독은 “변연하에게 그리 큰 활약을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변연하는 대표팀 합숙훈련을 시작하기 전 허리 디스크가 터진 상태였다. 초인적인 재활과 악바리 근성으로 버텨냈다.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후유증이 있었다. 시즌 준비 과정에선 허리에 담이 와서 웨이트트레이닝, 팀 훈련 모두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연히 시범경기에는 결장했다. 개막전서 출전했으나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신정자와 이경은 역시 마찬가지. 활발한 몸 놀림이 아니었다. 안세환 감독은 “신정자와 이경은이 각각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면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 역시 아시안게임 후유증. 올해는 대표팀 소집기간이 예년보다 길었다. 아시안게임이 9월 말에 치러졌기 때문. 대표급 선수들은 비 시즌에 철저히 재활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시안게임을 위해 엄청난 강도의 실전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옳게 돌볼 여유가 없었다.
이들에겐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서 감독은 “연하가 시간이 지나면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했다. 안 감독 역시 “개막전서는 두 사람이 많이 뛰었는데 앞으로는 시간 조절을 해줄 것이다. 젊은 선수들 기용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했다. 남자 역시 대표팀 생활에 지친 베테랑 문태종이 1라운드 막판 휴식을 위해 결장했다. 선수를 위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한 LG 김진 감독의 뚝심은 여자농구 감독들에게도 필요하다.
▲ 실전 극복방법은
어쨌든 시즌은 시작했다. 6개구단 모두 아시안게임 후유증이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KB와 KDB생명의 대처는 극명하게 대조됐다. 서 감독은 2012-2013시즌 막판 부임하자마자 홍아란 심성영 김채원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집중해왔다. 여전히 KB는 변연하의 팀이지만, 이젠 조금씩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변연하가 개막전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KB는 이겼다. 홍아란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서 감독은 “변연하와 스트릭렌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연하가 잘 맞춰주려고 노력한다”라고 했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변연하는 지난 시즌에도 모니크 커리와 동선이 겹쳤다. 그러나 변연하가 공격 옵션의 상당 부분을 커리에게 양보했다. 변연하는 올해도 이타적 마인드로 시즌에 임할 생각이다. 변연하는 개막전서도 홍아란의 부족한 경기조율을 분담하며 팀 공격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보이지 않게 기여했다. 그리고 서 감독의 확실한 역할 분담과 대안 제시가 변연하의 좋은 마인드를 더욱 빛나게 한다. 변연하가 굳이 많은 득점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은 서 감독이 만든 것이다.
반면 KDB생명은 신정자와 이경은이 부진하자 대안이 마땅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11점, 10점을 올렸으나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득점은 아니었다. 안 감독은 신정자 백업으로 김소담을 기용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DB생명은 베테랑 의존도를 낮추는 시스템을 아직 확실하게 갖추지 못했다. 후반 이경은의 발 놀림이 둔해지자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실전서 후유증이 그대로 드러난 것.
시즌 초반 6개구단은 모두 아시안게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그 대안을 적절히 제시한 KB와는 달리 베테랑 의존도가 높은 KDB생명의 경우 시즌 초반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시즌 초반 순위판도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연하(위), 신정자(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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