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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2일 LG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kt 전창진 감독은 모든 걸 내려놓은 표정이었다. 그저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하다. 내 잘못이 크다”라고 했다. “고비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라고 하자 말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력 자체의 한계에 체념한 듯했다. kt는 LG전 패배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3승7패.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kt는 전력이 좋지 않다. 일단 파괴력이 뛰어난 토종 빅맨이 부족하다. 국내 선수들의 테크닉도 눈에 띄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kt는 늘 전력 이상의 선전을 펼쳐왔다. 지난 시즌엔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전 감독 특유의 선수단 장악 및 관리, 역량이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 악재가 너무 많다.
▲ 조성민 이탈과 루이스 기량미달
가장 허탈한 건 에이스 조성민의 부상 악재. 조성민은 오른쪽 무릎 연골 파열로 올 시즌 단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도 부상을 참고 뛰었다. 결과적으로는 무릎이 더 나빠지면서 팀에 피해가 돌아갔다. 전 감독은 “지난해 중반까지 잘 나갔던 것도 성민이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조성민은 kt서 유일한 테크니션. 아시아에서도 검증된 슈터. 지난 시즌 kt가 선전했던 건 조성민이 외곽에서 확실히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외국인선수들이 득점을 주도하면서 전 감독의 역량이 투영된 수비조직력이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조성민이 이탈하면서 팀 공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야심차게 뽑은 외국인선수 마커스 루이스의 기량도 좋지 않다. 전 감독은 “트라이아웃 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데려오니 트렌지션이 안 된다”라고 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 되지 않으니 난감하다. 전 감독은 “루이스를 메인으로 쓰려고 했다. 이젠 루이스 위주로 맞춘 패턴을 로드 위주로 바꿔야겠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조성민이 없는 상황서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루이스마저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강하지 않은 전력이 더욱 떨어졌다.
▲ 전태풍과 로드의 불안정성
결국 kt는 전태풍과 찰스 로드가 끌고 가야 한다. 전 감독이 지난 시즌 도중 전태풍을 영입한 건 여전히 그가 KBL 탑클래스 테크니션이기 때문이다. 로드는 수년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최적의 활용방법을 알고 있다. 시즌 초반 kt가 잠깐 잘 나갔을 때도 두 사람의 공헌이 결정적이었다. 전 감독 특유의 변화무쌍한 용병술이 가미되면 올 시즌에도 다크호스로 분류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연패 과정에서 전태풍과 로드의 효율성은 떨어졌다. 2일 LG전서 로드는 30분51초동안 26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상 맹활약. 그러나 로드의 맹활약에는 맹점이 있었다. LG가 로드를 적극적으로 마크하지 않았다. 김진 감독은 “kt 외곽을 철저하게 막는 대신 골밑 도움 수비를 깊게 가지 않았다”라고 했다. 로드가 김종규, 제퍼슨, 메시 등을 상대로 득점을 많이 올렸다. 대신 외곽수비수들은 전태풍 봉쇄에 집중했다.
전태풍은 27분16초동안 4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에 그쳤다. 양우섭의 타이트한 수비에 꼼짝하지 못했다. 전태풍이 꽁꽁 묶이면서 외곽에서 골밑으로 이어지는 볼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로드의 득점 대부분은 팀 공격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서 아슬아슬하게 만들어냈던 것.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했다. 전태풍과 로드 외에는 승부처에서 효율적인 활약을 해줄 국내선수가 없었다. 전 감독도 “다들 신장도 작고 1대1 능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전태풍은 전성기 때에 비해 기복이 심하다. 감정조절에 따라 기량 편차가 큰 로드 역시 마찬가지. 4쿼터 막판 54점서 갑작스럽게 묶인 것도 그런 영향이 있었다. 결국 조성민의 부상과 루이스의 기량미달, 전태풍과 로드의 불안정성 등으로 전력 자체가 많이 불안하다.
▲ 돌파구가 있을까
일단 조성민의 복귀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전 감독은 “성민이 복귀는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또 전 감독은 “성민이가 돌아와도 근본적으로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했다. 위에서 설명한 한계와 어려움 때문. 전 감독에게 루이스 교체 가능성이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 감독은 요즘 선수들을 거의 다그치지 않는다. 그는 “잘 나가다가 조금 주춤할 때 야단을 쳐도 쳐야 한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다그치면 오히려 더 기가 죽어서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팀 연습을 충실히 하고,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라고 했다. 추상적인 코멘트. 하지만, 팀이 처한 현실과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는 전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2라운드 초반이다. 시즌을 포기하기엔 이르다. 외국인선수 교체, 트레이드 등 반등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전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과 선수들의 단합이 절실하다.
[전창진 감독(위, 아래), 전태풍(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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