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는 플레이오프와도 다르죠.”
국내야구 포스트시즌은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로 구성된다. 정규시즌 순위에 따라 준플레이오프부터 참가하는 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팀이 있다. 내년부터는 정규시즌 5위팀이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에 참가하는데, 기본적으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구성 및 운영은 달라지지 않는다.
확실히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또 다르다는 게 현장의 견해. 한국시리즈서 맞붙는 삼성과 넥센은 조금씩 해석이 달랐다. 몇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시리즈 결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넥센의 해석
넥센은 플레이오프를 4경기만에 끝냈다. 특유의 3선발 운영이 주효했다. 소사로 4차전을 끝내면서 한국시리즈 선발진 운영에 최적화된 상태가 된 것도 고무적이다. 넥센은 한국시리즈서 에이스 벤헤켄을 1,4,7차전에 투입 가능하다. 또 특유의 강타선이 플레이오프 3,4차전을 통해 확실히 상승세를 탔다. 넥센은 이 흐름이 한국시리즈에 이어지길 바란다. 넥센이 삼성에 밀릴 게 없다는 논리의 근거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넥센이 플레이오프 흐름이 한국시리즈로 이어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플레이오프는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는 한국시리즈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플레이오프서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지 못한 4번타자 박병호 케이스. 염 감독은 “박병호가 부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서도 단 1경기서 히어로가 돼 달라고 했다”라고 했다. 플레이오프서 썩 눈에 띄지 않은 간판타자가 한국시리즈서는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무대가 다르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논리가 깔렸다.
이런 해석은 넥센뿐 아니라 과거부터 준플레이오프 혹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상위스테이지에 올라온 대부분 팀이 내렸다. 기본적으로는 무대 자체가 다른 것이니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하위 스테이지 무대서 승리한 흐름은 이어가고 싶어 한다.
▲ 삼성의 해석
삼성의 해석은 넥센과 또 다르다. 기본적으로 넥센이 플레이오프 막판 보여준 흐름이 한국시리즈서 끊길 것이란 해석. 한국시리즈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 또 다르다는 것. 신인이었던 2001년부터 올해까지 10번째 한국시리즈를 맞는 베테랑 박한이가 확실하게 설명해줬다. 박한이는 “신인이었던 2001년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뛰었다.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할 정도였다”라고 했다.
그만큼 한국시리즈라는 무대가 떨린다는 것이다. 박한이는 “넥센도 한국시리즈서는 엄청 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와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경험했지만, 한국시리즈는 더 떨리는 무대라는 것. 우승이 결정되는 무대이기에 그 긴장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박한이는 “내 경험으로 볼 때 한국시리즈는 누가 긴장을 덜 하느냐의 싸움”이라고 했다.
류중일 감독도 “삼성은 21세기 들어 가장 한국시리즈를 많이 치른 팀이다. 그 경험을 앞세워 명승부를 펼치겠다”라고 했다. 삼성은 2001년, 2002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10년부터 올해까지 21세기에만 10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박한이의 한국시리즈 역사와 같다. 숱하게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위기극복방법,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힘이 있다는 게 삼성의 해석. 실제 삼성으로선 지난해 두산에 1승3패로 밀렸다가 우승을 차지한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이런 경험이 과도한 긴장감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 KS는 장기전 성격 포함한 단기전
실제로 한국시리즈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 다른 부분이 있다.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는 달리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의 성격이 있다. 삼성이 지난해 두산에 1승3패로 밀렸다가 4승3패로 대역전에 성공한 것도 한국시리즈만의 특성이 있었다. 최대 7경기이니 시리즈 도중 전체적 흐름이 뒤바뀔 여지가 있다는 것. 실제 5전3선승제 시리즈보다 1차전의 중요성이 그렇게 크진 않다. 기선제압을 당하더라도 얼마든지 반격할 기회가 있다. 삼성은 지난해 홈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내준 뒤 반격에 성공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실제 감독들은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긴 호흡을 갖고 마운드 운영을 하거나, 시리즈 도중 최적의 타선 구성을 찾기도 한다. 류중일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디테일한 흐름 변화에 민감한 사령탑. 치열한 두뇌싸움이 한국시리즈 결말에 투영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묘미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미디어 데이 장면. 사진 =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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