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초구 직구를 던지겠습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열린 3일 대구체육관. 최고의 화제는 단연 넥센 이택근의 깜짝 제안이었다. 이택근은 강정호의 의견을 전제로 삼성 안지만에게 “강정호에게 초구 직구를 던질 수 있겠는가. 초구 직구가 들어오면 강정호가 무조건 친다”라고 했다. 안지만은 잠시 멈칫 했지만, 이내 “그렇게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이로써 안지만과 강정호의 약속(?)은 성사됐다. 실전서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강정호는 넥센 간판타자다. 중심타선에서도 박병호와 함께 엄청난 화력을 자랑한다. 또 안지만은 삼성 간판 불펜투수다. 필승조 중에서도 핵심. 두 간판선수가 언제 어떤 상황서 만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강정호는 매 경기 출전하지만, 안지만은 불펜 투수 특성상 언제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황상 강정호와 안지만은 1차전부터 결정적 승부처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올 시즌 두 사람의 맞대결 결과는 4타수 2안타. 2안타 중 1개는 홈런이었다.
▲ 강정호 초구 타율 6할
강정호는 올 시즌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초구 타격에 굉장히 강했다. 40타수 24안타 타율 0.600 18타점을 기록했다. 24개의 안타 중 2루타가 6개, 홈런이 7개였다. 몸에 맞는 볼도 4개. 모든 타자가 대체로 초구에 강하기 마련이다. 타자는 대부분 대기타석에서부터 노림수 혹은 전략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 초구를 접할 때 그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른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택근이 안지만에게 제안을 한 것도, 결국 그 거래가 성사될 경우 강정호가 유리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강정호 입장에선 안지만이 초구 직구를 던진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 확률이 더 높아진다. 더구나 강정호는 리그에서 파워가 가장 좋은 타자 중 1명. 장타 가능성도 충분하다.
▲ 안지만 초구 피안타율 5할
안지만은 올 시즌 6승3패1세이브27홀드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34, WHIP는 1.30. 다만 초구 피안타율은 높았다. 안지만의 초구에 타자들은 22차례 타격을 했고 11개의 안타를 때렸다. 안지만의 초구 피안타율은 0.500. 11개의 피안타 중 2루타가 1개, 홈런도 2개였다. 안지만은 공격적인 투수다. 정황상 안지만으로선 직구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으려고 하다 그걸 노린 타자들에게 안타를 얻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안지만은 볼카운트 1B서 피안타율 0.625로 초구 피안타율보다 좋지 않았다. 1B는 초구보다 스트라이크 필요성이 더 높은 볼카운트.
데이터만 보면 확실히 안지만에게 불리하다. 상식적으로도 서로 구종을 알고 승부할 경우 타자의 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안지만이 이택근의 제안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 것도 그래서였다. 안지만으로선 자신의 1구로 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우려됐다. 일단 안지만은 기 싸움에서 눌리고 싶지 않아 이택근의 제안을 호기롭게 받아들였다.
▲ 류중일 감독의 재치
재미있는 건 삼성 류중일 감독의 답변. 미디어데이 사회를 맡은 XTM 임용수 캐스터가 이택근, 강정호와 안지만의 대화를 들은 뒤 류 감독에게 견해를 물었고, 류 감독은 곧바로 “볼을 던지면 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다. 초구 직구를 던지자고 약속했을뿐이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넣자는 약속은 한 적이 없다.
만약 안지만이 초구 직구를 볼로 넣을 경우 강정호의 안타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물론 볼을 안타로 만드는 타자도 많다. 강정호 역시 올 시즌 높은 타율로 보듯 볼도 안타를 만드는 능력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안지만이 도저히 타자가 칠 수 없을 정도의 볼을 던질 경우 약속은 지키면서, 삼성으로선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안지만의 볼카운트 1B 피안타율이 초구 피안타율보다 더 높다는 걸 감안하면 초구를 볼로 던지는 것도 안지만으로선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물론, 데이터는 데이터다. 안지만의 초구 직구에 강정호가 타격할 경우 헛스윙 혹은 파울이 될 수도 있고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수도 있다.
[위에서부터 안지만, 강정호,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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