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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아픔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삼성 박해민에게 7일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잊지 못할 하루였다. 박해민은 5일 2차전서 도루 과정에서 왼손 약지손가락에 부상했다. 인대가 50% 정도 파열되는 중상. 박해민은 투혼을 발휘했다. 3차전서 대주자로 나섰고, 동점 득점을 올렸다. 9회에는 아픈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유한준의 라이너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는 투혼을 선보였다.
한 가지 인상적인 건 박해민의 왼손에 검정색 벙어리장갑이 착용됐다는 점. 박해민은 장갑을 낀 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1루에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8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원래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의 기본은 해당 루에서 멀리있는 쪽(1루의 경우 오른손) 손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른손으로만 했다”라고 했다.
박해민이 그래도 벙어리장갑을 낀 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7일 3차전을 앞두고 만났을 때 박해민은 전혀 장갑을 끼고 경기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박해민은 “갑자기 김평호 코치님이 사람을 시켜서 동네 문방구에서 벙어리장갑을 사오셨다”라면서 “코치님이 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끼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했다.
박해민은 김 코치의 정성 속에서 맹활약했다. 류중일 감독도 그를 칭찬했다. 8회 2사 1루서 이승엽의 뜬공에 넥센 야수진의 콜플레이 실수가 나왔고, 그 사이 대주자 박해민이 동점 득점을 만들었다. 류 감독은 “사실 2사 1루 때 뜬공 타구가 나오면 어슬렁 어슬렁거리면서 대충 뛴다. 해민이가 전력질주를 했으니까 홈까지 들어온 것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도 해민이는 대주자와 대수비로 대기한다”라고 했다.
박해민은 선발출전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류 감독은 “그건 전적으로 내가 판단할 일이다. 선수의 마음은 알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일”이라면서 “베팅볼을 칠 때는 손이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투수의 150km 공을 치면 손이 아프게 돼 있다”라며 박해민의 선발출전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박해민은 그는 “유한준 선배의 타구를 잡은 뒤 너무 기뻐서 아픔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도 장갑을 끼고 대기한다. 뭐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질적으로 벙어리장갑이 박해민의 경기력에 도움이 된 건 없다. 또 수비를 할 땐 어차피 글러브를 껴야 했기에 벙어리장갑을 빼야 한다. 그럼에도 김 코치의 정성과 박해민의 투혼은 아름답다.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위한 팀워크와 희생정신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박해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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