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빠르면 2라운드 중반부터 좋아질 것 같다.”
신한은행은 9일 삼성전 승리로 2승1패를 마크했다. 나쁘지 않은 출발. 우리은행 통합 3연패를 저지할 대항마로 꼽히지만, 시즌 초반 악재가 많다. 3년만에 여자농구 사령탑으로 돌아온 정인교 감독은 “선수들에게 시즌 직전에 얘기했다. 초반엔 삐걱거릴 수 있다고”라고 털어놨다. 또 정 감독은 “빠르면 2라운드 중반, 늦어도 3라운드에는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팀의 정확한 속사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런 코멘트를 할 수조차 없다.
올 시즌 역시 우리은행은 초반부터 강력하다. 만만찮은 삼성, 신한은행을 차례로 눌렀다. KB 역시 KDB생명과 하나외환을 연이어 잡았다. 객관적 전력상 우리은행, KB, 신한은행이 강력한 3강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출발이 좋은 우리은행, KB에 비해 신한은행은 슬로우스타터 기질을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AG 후유증+부상 직격탄
남자농구와 마찬가지로 여자농구 역시 아시안게임 후유증이 있다. 아시안게임 이후 1개월이란 텀이 있었지만, 극복되지 않았다. 9월 말에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위해 예년보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빨랐다. 남녀 모두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극심한 피로가 쌓인 채 시즌을 맞이했다. 김단비는 “아시안게임으로 이미 한 시즌을 치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만큼 몸이 무겁다.
현재 신한은행에선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을 소화했던 김단비, 하은주, 곽주영, 김연주 등이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 김단비는 “팀 플레이에 녹아들 여유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속공, 드라이브 인조차 제대로 안 된다. 움직임이 적다”라고 했다. 하은주 역시 “몸 상태를 일찍 끌어올리긴 했는데 확실히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무리한 부분은 있었다”라고 했다. 곽주영도 시즌 초반 갑작스럽게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는 게 정 감독 설명.
최윤아는 무릎부상으로 위성우호에서 도중 하차한 뒤 재활만 해왔다. 9일 삼성전서도 순간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다. 김규희 역시 무릎부상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준의 선수는 없는데 6개구단 중 잔부상이 있는 선수가 유독 많다. 아시안게임 후유증도 있고, 여전히 통합 6연패 시절 빡빡하고 강인한 스케줄 소화의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신한은행은 스쿼드의 풍부함이 6개구단 최상. 비 시즌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가장 많은 선수를 보낸 팀. 대표팀 후유증에 대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훈련 시간이 적어서 아쉬웠다”라고 했다. 다른 구단들도 다 그랬지만, 신한은행은 심각했다. 더구나 비 시즌 외국인선수 2명(제시카 브릴랜드, 카리마 크리스마스)을 모두 WKBL 뉴 페이스로 뽑았다. 도저히 시즌 개막에 맞춰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환경. 최윤아 김규희 윤미지 김단비 곽주영 조은주 김연주 하은주 브릴랜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풍부한 스쿼드가 뽐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의 유기적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공격 작업은 답답한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3경기서 2승1패를 한 것도 성공적이다. 정 감독도 “결과에는 만족한다”라고 했다.
▲좋은 수비력
단 3경기만 치렀음에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좋은 수비력이다. 신한은행은 3경기서 단 57.3점만 내줬다. 특히 9일 삼성전서는 단 50점으로 묶었다. 공격에선 동선과 밸런스가 맞지 않았으나 수비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1대1 대인마크가 철저했다. 경기 초반 하은주가 투입되기 전 삼성이 고집스럽게 미스매치를 활용하는 공격을 하자 빈틈 없는 스위치디펜스로 부담을 최소화했다. 지역방어 역시 삼성 가드진을 충분히 압박 및 봉쇄했다. 삼성은 이날 18개의 턴오버를 쏟아냈는데, 박하나가 7개, 이미선이 4개를 범했다. 신한은행의 강력한 수비가 유발한 결과였다.
정 감독은 경기 후반 카리마 크리스마스를 계속 기용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수비력이 인상적이었다. 앞선은 물론, 준수한 파워를 바탕으로 골밑 도움수비까지 해냈다. 사실 하은주가 투입돼면 미스매치 효과를 누릴 순 있지만, 수비에선 활동 반경이 좁은 약점이 있다. 우리은행처럼 발빠른 빅맨들이 외곽으로 끌어낸 뒤 스크린을 이용해 중거리포로 공략할 경우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 정 감독은 이런 부분을 간파하고 공격력이 좋은 브릴랜드와 함께 수비력이 좋은 크리스마스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의 공격력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었다. 승부처에서 크리스마스의 결정적 페넌트레이션 두 차례가 신한은행의 승리로 이어졌다.
분명 훈련 기간은 적었다. 때문에 공격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저득점 게임서 승산을 높이려면 수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한은행의 시즌 초반 수비 조직력은 인상적이다. 김단비와 하은주는 “감독님이 수비를 많이 강조하신다.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1달간 수비훈련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수비는 집중력과 의지가 중요하다. 반면 공격은 개개인의 컨디션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조직력을 다지더라도 좋지 않은 컨디션 속에 파괴력 자체가 무뎌질 수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비가 공격보다 꾸준함을 담보할 수 있다. 정 감독은 공격 동선 정리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선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기로 했다. 그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야 시즌 중반 이후 심리적으로 편안해진다”라고 했다. 여자농구 생리를 잘 아는 사령탑다운 코멘트.
여전히 신한은행의 객관적 전력은 좋다. 시즌을 치르면서 조직력과 개개인의 몸 상태를 끌어올릴 경우 중반 이후 전력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수비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추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겉보기엔 불안하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다. 내실이 있다. 여전히 여자농구 판도변화의 강력한 중심축이다.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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