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경기에 안 뛸 때도 내 자리에서 열심히 했다."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세터 곽명우는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자다. 입단 첫해에는 동기 이민규에 밀려 단 10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투입된 것.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라운드 6경기 중 5경기에서 12세트를 소화하며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김세진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10일 천안 현대캐피탈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 세트당 9.250세트를 기록하며 팀의 3-1(25-19 25-21 17-25 25-19) 승리를 도왔다. 3세트 중반 잠시 교체된 걸 제외하면 공격수들과 훌륭한 호흡을 자랑했다. 김 감독도 "(곽)명우처럼 백업 선수들이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만족해했다.
이민규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건 곽명우에게 또 다른 기회였다. 외국인 선수 시몬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아졌다. "시몬과는 (이)민규보다 호흡을 많이 맞춰본 것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몬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7.17득점, 세트당 1.038 서브득점으로 이 부문 2위와 1위. 그뿐만 아니라 후위공격과 오픈, 퀵오픈, 시간차, 블로킹까지 공격 전 부문에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곽명우의 토스가 '시몬스터'의 탄생에 힘을 보탰음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김 감독은 "결국 민규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며 "본인이 해결하려고 욕심부리면 안 된다. 지금은 몸이 안 되는데 머리로만 토스하려고 한다. 민규가 밸런스 운동부터 다시 하겠다고 하더라. 본인이 받아들이니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명우가 잘해주다 보니 나도 급할 게 없다. 리듬이 맞으면 당장에라도 민규를 다시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전 세터는 이민규의 몫이지만 곽명우도 언제든 쓸 수 있는 자원이라는 걸 1라운드를 통해 증명했다. 곽명우는 "처음에 경기에 못 나갈 때도 내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온 것 같다. 나도 시몬에 대한 믿음이 크다. 항상 공격수를 믿고 공을 올린다"고 말했다.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흔들리기도 했다. 곽명우는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시몬에게 너무 잘 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흔들렸다"면서도 "연습한 대로 올려주자고 생각하니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지금은 더 편안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곽명우는 10일 경기에서는 승부처에서 기막힌 토스로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고 송명근의 공격 득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송)명근이가 어떤 공을 좋아하는지도 유심히 봤다. 앞으로 더 많이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OK는 1라운드를 5승 1패(승점 14), 리그 1위로 마쳤다. 창단 첫 1위 등극이다. 시몬과 찰떡궁합을 자랑한 곽명우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자만이란 없다. 곽명우는 "우리카드만 이겼으면 전승이었는데 그날 진 게 가장 아쉽다"며 "그런 경기 다시는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게 약이 됐다. 자리가 안 잡혀서 조금만 방심하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더 집중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곽명우의 반전 토스, OK 상승세의 또 다른 힘이다.
[곽명우(왼쪽)와 시몬. 사진 = KOVO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