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삼성 시스템야구의 힘은 무엇일까.
탄탄한 선수층에서 나온다. 탄탄한 선수층이란 무엇인가. 선수의 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1군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수준급 기량의 선수를 많이 보유한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삼성은 1군과 2군 선수의 기량 차가 타 팀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물론 삼성도 자체적으로는 최근 1~2년간 2군 유망주 배출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인상적인 건 삼성이 지금의 성적을 잡는 것 이상으로 미래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올해 초 3군의 시스템화를 선언했다. B.B. 아크를 설립해 이철성 코치를 초대 원장으로, 카도쿠라 켄 코치, 강기웅 코치를 지도위원으로 선임했다. 3군이란 말이 국내야구서 들린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나 3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퓨처스리그 백업멤버로 경기에 나오는 둥 마는 둥 했다. 숫자도 많지 않았고, 가르칠 지도자도 없었다. 당연히 2군서도 경쟁에서 밀린 3군 선수들은 제대로 기량을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은퇴 수순을 밟았다.
삼성은 이 악순환을 뿌리뽑고 싶었다. “2군을 잘 키우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시각에서 탈피했다. 2군 육성은 더욱 철저하게 하면서, 단 1명의 선수가 가진 재능과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코치 수를 엄청나게 늘렸다. 현재 삼성 코치는 여전히 국내야구서 가장 많다. 이들이 각 파트로 체계적으로 흩어져 선수들을 철저하게 육성 및 관리해 1군에 공급한다.
삼성은 1~2군 순환이 이뤄지는 이 시스템을 3군까지 넓혔다. 투자는 필수였다. 타 구단들이 FA 영입에 올인할 때 삼성은 2군과 3군 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해야 팀이 오랫동안 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현재 삼성 1군 주축들은 대부분 자체 팜 시스템에서 키워낸 유망주다. 현재 투타 주요 선수 중에선 장원삼 정도를 제외하곤 외부에서 사온 선수가 없다.
삼성은 지난 3년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 그것도 격렬하고 빡빡한 승부를 가장 많이 치렀다. 당연히 주요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많다. 올 시즌만 해도 스프링캠프 때 진갑용이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지영도 개막전서 늑골을 다쳤다. 최대위기였다. 그러나 또 다른 백업포수 이흥련을 미리 2군에서 육성해온 덕분에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신고선수출신 박해민의 발견은 올 시즌 삼성의 최대수확. 박해민은 정형식, 이영욱 등이 중견수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이 7번 중견수를 꿰찼다. 박해민 역시 삼성 2군서 키워낸 선수다. 또 최형우, 박석민 등이 잔부상으로 고생할 때 김헌곤 김태완 우동균 등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마운드는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늦지만, 김현우, 백정현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군 복무를 마친 정인욱도 돌아온다.
류 감독은 부상자가 있으면 무리시키지 않는다. 대신 풍부한 백업멤버들을 적시에 활용한다. 부상이 곧 새로운 경쟁의 촉매제다. 2군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내부적인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게 삼성 시스템 야구의 실체다. 그리고 삼성이 탄탄한 팀으로 거듭난 증거다. 삼성 통합 4연패, 특히 부상자가 많았던 올 시즌의 경우 시스템 야구 힘이 절대적이었다.
[[삼성 선수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잠실 곽경훈 기자kphoto@mydaily.co.kr, 잠실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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