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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블론세이브를 빨리 잊어라.”
오승환(한신)의 별명은 돌부처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운드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잘 웃는 편도 아닌데, 위기에서 초조한 기색을 내비치지도 않는다. 오승환으로선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엄청난 이득이다. 타자들에겐 오승환의 이런 마인드컨트롤에 심리적으로 기선을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유의 돌부처 정신이 일본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다. 재팬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라고 했다. 다만, 일본타자들이 전반적으로 한국타자들보다 수준이 높은 건 사실. 오승환으로선 집중력이 높은 일본타자들을 완벽하게 요리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숱한 위기에서도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잘했다.
오승환은 “경기 상황에 따라 긴장을 많이 했다. 블론세이브를 하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8회까지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줬는데 9회에 내 실수로 팀이 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잠도 설쳤다”라고 털어놨다. 마운드에선 편안한 모습인 것 같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오승환은 “패배 혹은 블론세이브를 빨리 잊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에 나가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힘들 수도 있다. 그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마무리투수의 숙명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부담은 사라진다. 1년 내내 경기가 있기 때문에 2~3번 연속 실패하는 게 가장 좋지 않다. 그럴 때도 빨리 잊고 경기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오승환이 일본에서 성공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마무리투수로서 좋은 구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과 자세, 정신력도 중요한 요소였다. 마무리가 블론세이브를 빨리 잊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정신적 고통을 추스르는 것 또한 오롯이 마무리투수의 숙명이다. 오승환이 돌부처인 건 그만큼 멘탈이 좋다는 의미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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