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대다수 축구 팬들의 시선은 브라질월드컵 ‘따봉’ 이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박주영에게 향해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 공격의 진짜 열쇠를 쥔 건 구자철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고 있는 구자철에 대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는 두텁다. 부임하자마자 구자철을 직접 찾아가 몸 상태를 확인한 슈틸리케였다. 부상으로 10월 A매치를 뛰진 못했지만, 그가 돌아오자마자 슈틸리케는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한국은 14일 밤 11시30분 요르단 암만에서 11월 중동 원정 2연전의 첫 평가전을 치른다. ‘슈틸리케 2기’의 특징은 과거 ‘홍명보 아이들’의 복귀다. 박주영, 구자철, 홍정호, 윤석영 등이 첫 부름을 받았다(구자철은 10월에 소집됐지만 부상으로 조기 복귀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특히 구자철의 부진은 눈에 띌 정도였다. 불과 2년 전 런던올림픽서 불같은 열정으로 “WHY? WHY?”를 외치던 그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인 문제와 구자철 개인의 컨디션 난조가 맞물린 결과였다.
이후 약 5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다. 다행히 독일 출신 슈틸리케는 구자철을 팀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그는 11월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월드컵에 주장으로 참가한 구자철에 대한 평가와 주장으로서의 역할 등을 고려했다”며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는 구자철에게 어떠한 역할을 부여할까. 요르단 현지에서의 훈련과 기존의 구자철이 대표팀에서 맡았던 포지션을 감안할 때 4-2-3-1 포메이션의 ‘3’의 가운데에 선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처진 공격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에게 익숙한 위치다. 멀게는 조광래 전 감독이 이끌던 ①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②2012년 런던올림픽, ③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구자철은 원톱 바로 뒤에서 뛰었다. 다만, 세 대회에서 구자철이 보여준 전술적인 움직임은 조금씩 달랐다. ①은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첫 대회다. 조광래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구자철을 전진시켰고 구자철은 득점왕(5골)을 차지했다. 당시 지동원과의 호흡이 좋았다. 지동원이 자주 측면으로 빠지면서 상대 수비를 유인하면 구자철이 그 공간을 파고들었다. 어쩌면 카타르 아시안컵은 구자철이 처진 위치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대회일지도 모른다.(동영상 클릭: 2011아시안컵 3-4위전) ②에선 구자철이 ①만큼 많은 골을 넣진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에게 골을 요구하지 않았다. 전방에서 많은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데 더 중점을 뒀다. ③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에게 같은 역할을 원했다. 그러나 두 가지가 문제였다. 하나는, 구자철의 컨디션이 런던올림픽 만큼 올라오지 못했다. 또 하나는, ②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이 강했던 구자철이 ③에서는 박주영과 거의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애매한 움직임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구자철이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구자철에 대한 관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구자철 활용법이 궁금한 건 이 때문이다.
지켜봐야할 부분은 3가지다. 첫째는 ‘①남태희와의 비교’이고 둘째는 ‘②원톱과의 호흡’ 마지막은 ‘③마인츠에서의 역할’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 두 번의 A매치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남태희를 중용했다. 뜻밖의 선택이었지만 슈틸리케는 카타르리그서 남태희가 그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태희는 경기장에서 그것을 증명했다. 남태희와 구자철은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다. 남태희가 드리블을 통해 직접 볼을 운반하는 선수라면 구자철은 패스와 무브먼트를 통해 공간을 찾는 선수다. 어떤 선수를 두느냐에 따라 팀 공격 스타일 자체가 바꿀 수 있다.
원톱과의 호흡은 그래서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서 전통적인 타겟형 공격수를 뽑지 못했다. 이동국, 김신욱의 부상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대신 박주영, 이근호, 조영철을 발탁했는데 3명 모두 전방에서의 움직임 폭이 큰 선수들이다. 구자철에겐 좋은 조건이다. 이근호는 지동원과 스타일이 비슷하고 박주영은 런던올림픽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고민도 있다.
구자철은 올 시즌 마인츠서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팀의 측면 날개들이 타 팀으로 이적한 탓이다. 정확한 위치는 4-2-3-1 포메이션의 ‘3’에서 왼쪽이다.(후스코어드닷컴 캡처 그래픽에서 등번호 13번) 슈틸리케호에선 손흥민이 서는 곳이다. 그러나 움직임은 다르다. 구자철은 마인츠에서 측면에 서지만 플레이는 ‘중앙’에 쏠려 있다. 보통 이 위치에 서는 ‘윙포워드’와는 다른 플레이다. 지난 주말에 치른 레버쿠젠과의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구자철의 평균 포지션은 ‘측면’보다 ‘중앙’에 더 가깝다. 수치상으로도 구자철은 크로스가 0개였고 일대일 돌파도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같은 경기에서 손흥민이 슈팅 2개를 시도하고 일대일 대결을 6번이나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 구자철은 측면에 위치한 ‘플레이메이커’였다.(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에서 구자철을 ‘중앙’보다 ‘측면’에 더 자주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볼프스부르크에서도 그랬다.) 어쨌든 구자철은 마인츠에서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보다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에 더 익숙해져 있다. 팀에 따라 변화를 줄 순 있지만 중요한 순간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반복된 경험이 몸에서 나온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구자철을 어떻게 활용할까?
[사진 = 마이데일리DB/ 대한축구협회/ 후스코어드닷컴]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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