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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힘 좋고, 스텝 좋고 정말 좋은 선수지.”
15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만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오리온스 전력 핵심 트로이 길렌워터를 극찬했다. 길렌워터는 올 시즌 KBL 최고 외국인선수다. 애런 헤인즈(SK), 데이본 제퍼슨(LG)가 보여주는 위력을 뛰어넘었다. 유 감독은 “길렌워터가 결정적일 때 풀어주니까 다른 선수들도 흐름을 타는 것이다.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하고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무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길렌워터가 정말 좋은 선수라고 했다. “일단 힘이 좋다. 그리고 스텝도 유연하다. 외곽슛도 있다. 더블팀이 들어오면 패스도 잘 한다”라고 했다. 대다수 농구관계자들이 “골 넣는 재주는 타고났다”라고 인정한 상황. 1라운드 맞대결서 길렌워터는 단 13점을 넣었다. 그러나 길렌워터를 막다 허일영에게 3점슛 5개 포함 2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유 감독은 길렌워터에게 더블팀 혹은 트랩 수비를 시도하지 않았다. 철저히 1대1로 막았다. 유 감독은 “길렌워터가 무서운 게 아니라 오리온스 국내 선수들이 무서운 것이다. 오리온스가 잘 나가는 건 국내 애들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심플하게 갔다. 단순하지만, 강력하고 끈질긴 대인방어와 약간 변형이 가미된 2-3 지역방어를 시도했다.
1쿼터에 아이라 클라크가 길렌워터를 맡았다. 핵심 전력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체력을 세이브해 승부처에서의 매치업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 그러나 클라크는 길렌워터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길렌워터는 내, 외곽을 오가며 1쿼터에만 14점을 몰아쳤다. 유 감독은 1쿼터 막판 라틀리프를 길렌워터에게 붙였다. 그래도 길렌워터는 2쿼터에도 8점을 추가했다. 이때까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오리온스가 약간 유리했다.
그런데 길렌워터가 3쿼터에 단 1점도 넣지 못했다. 꽁꽁 묶였다. 모비스 앞선 수비가 굉장히 타이트해졌다. 오리온스 공 흐름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오리온스는 김동욱이 계속 2대2 공격을 노렸으나 여의치 않았고, 단발공격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길렌워터가 고립됐다. 이승현도 문태영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
모비스는 경기 막판 길렌워터에게 도움 수비를 가했다. 그러나 빈도가 높지 않았다. 허일영, 이승현, 김동욱 등의 외곽포가 더 무섭다는 걸 알기 때문. 오리온스는 승부처에서 길렌워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세한 약점이 드러났다. 승부처에선 길렌워터에게 공이 집중됐다. 실제 경기종료 2분 10여초 전 결정적 3점포를 넣기도 했다. 4점 뒤진 21.7초 전에도 또 다시 3점포를 넣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길렌워터를 괴롭혔다. 결정적인 실점은 피했다. 결국 길렌워터는 39점을 넣었다. 양팀 통틀어 최고 득점. 역시 길렌워터의 위력은 대단했다. 승부처에서 응집력이 매우 좋았다. 모비스로선 길렌워터를 좀 더 확실히 막지 못할 경우 오리온스를 좀처럼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쨌든 승자는 모비스. 오리온스 국내 선수들의 득점을 봉쇄하기 위해 외곽 스위치 수비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면서도 길렌워터를 적절히 제어하며 대어를 낚았다. 결국 유 감독의 말이 맞아떨어졌다. 길렌워터는 강했지만, 모비스의 조직력 앞에 오리온스를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그만큼 모비스의 남다른 클래스가 드러난 게임. 반대로 오리온스는 길렌워터 의존도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길렌워터.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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