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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학자와 회계사를 꿈꾸던 소녀와 소년이 만나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키 큰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온다. 화면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인다. 이철우다. 검정색 긴 머리에 가느다란 눈을 한 여자가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온다. 수줍어하더니 슬쩍 미소 짓는다. 황기쁨.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GUYS&GIRLS'(이하 '도수코') 최종 우승자. 앞선 이철우는 준우승자다.
촬영 때는 카메라를 집어삼킬 듯한 눈빛에, 몸짓만으로도 사납게 포효하지만 인터뷰만큼은 꽤 서투르단 얘기를 들었다. 정작 실제로 만난 황기쁨과 이철우는 퍽 순박했다. 22살 동갑내기, 20대 초반의 청춘답게 말투가 세련되진 않아도 꾸밈 없었고, 아직은 익숙지 않은 인터뷰라 난해한 질문에는 대답 못하고 멋쩍게 웃고 말았다.
인터뷰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시작했다. 참고로, 둘의 답변은 예상보다 훨씬 짧을 때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한 진짜 얼굴이라 생각해 다듬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 방송 후 가족들과 친구들 반응은 어땠나요?
황기쁨(이하 황) "수고했다고요. 음, 수고했다고 제일 많이 해줬고요. 수고했다고.('수고했다'만 반복하는 황기쁨을 보고 이철우가 웃음을 터뜨리자 이철우를 힐끗 보며)왜 웃어!"
이철우(이하 이) "하하. 저는요, 음, 고생했다고요. 고생했다고. 하하."
- 우승자 발표 순간, 기쁨씨는 크게 기뻐하진 않는 것 같던데?
이 "아뇨. 기쁨이, 진짜 기뻐한 거였어요. 제가 본 것 중에 제일 기뻐했던 거예요."
황 "아…저, 기뻤어요. 기쁘고, 음, 왠지 현실 같지 않아서? 그래서 그랬나 봐요. 근데 저 진짜 기뻐한 거거든요! 울 뻔 했지만 안 울었어요. 헤헤."
- 방송 후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지 않았나요?
이 "두 달 가까이 방송이 나오다 보니까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혹시 '도수코' 아니에요?' 하고들 물어보세요. 감사해요. 사인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직은 민망해요."
황 "전 엄청 많이 알아보진 않아요. '와, 황기쁨이다' 이런 분들도 있긴 한데, 멀찌감치 뒤에서 '어? 황기쁨인가봐' 하고 그냥 가세요. 사진 찍거나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 "아,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처음에는 남자, 여자끼리 나뉘어져 있어서 신경을 크게 안 쓰고 잘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다가 기쁨이가 일하는 걸 옆에서 볼 때 '되게 특이하다' 싶었어요. 여자 모델 중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얼굴이었거든요. '독특하다'는 생각. 그리고 '잘한다'고도."
황 "처음에는 도전자들이 많아서 다들 모델로만 보였는데, (철우가)처음 인식되고 든 생각은 '눈 되게 크다' 그리고 머리가 노랗다? 하하. 죽마 미션 때 처음 같이 촬영했어요. 그때는 '우와, 얘 진짜 열심히 한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정말 열심히 하네?' 했죠. 하하."
- 동료들이 한, 두 명 떠나갈 때 마음 아프지 않았나요?
이 "친했던 사람들이 해외 미션 전에 다 떨어졌어요. 막막한 기분이었어요. (김)종훈이랑 되게 친했는데 걔가 떨어질 때는 왠지 모르게 슬펐어요. 그리고 (방)태은이 형까지 떨어지면서 제가 오히려 독해졌던 것 같아요."
- 종훈씨가 떨어졌을 때는 많이 울던데.
이 "그냥 슬펐어요. 근데 태은이 형이 저보다 더 울었어요. 통곡을 하더라고요. 전 눈물 한 방울 살짝 흘린 정도? 하하."
- 기쁨씨는 지안씨가 떨어졌을 때 가장 슬펐나요?
황 "예상치 못하게 떠나가게 돼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제가 의지도 많이 했었고요. 슬펐어요, 정말."
- 철우씨는 잘생긴 외모가 모델로서 도리어 벽으로 느껴지진 않나요?
이 "이제는 벽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요즘 사람들의 인식이 모델은 특이하고 선 굵게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꼭 그렇진 않아요. 각자의 개성이 있는 거고, 전 이게 제 개성이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잘생겼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아무튼 이대로 밀고 나가려고요. 저만의 개성 있는 얼굴이에요."
- 기쁨씨는 미션 중 톱 모델 수주로부터 냉정한 비판을 들었어요.
황 "전 좋았어요. '이상하다'고 한 게 아니라 '좀 더 자신감 있는 표정과 포즈를 하면 좋았을 것이다'고 말씀해주신 거라, 제가 어떻게 해야 더 잘될 수 있는지 알려주시니 오히려 좋았죠."
- 심사가 편파적이란 의견도 있었어요.
이 "근데 저희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했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방송 보면서 그런 반응이 신기했어요. 사실 심사해주시는 분들이 패션업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는 전문가들이잖아요."
황 "저도 심사가 편파적이란 생각은 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심사가 끝나고 다들 얘기할 때도 '나는 이렇대, 어떡하지?' 했지 '어떻게 나한테 이런 심사를 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 '도수코'는 어떻게 출연했죠?
황 "주위에 '도수코'에 지원하거나 출연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막상 전 도전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제 나이도 있고, 이제 정말 내가 모델을 할 것인지, 모델에 자질이 있는지, 지금이 딱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인 것 같아서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죠."
이 "전 주변에서 추천도 해주고 고민도 많이 해봤지만 처음에는 별로 흥미 없었어요. 근데 제가 늘 화보 촬영을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별로 못했거든요. 물론 모델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지만요. 그래서 모델로서 경험 삼아서, 기쁨이와 반대로 제가 생각했을 때, 아직 나이도 많지 않고 솔직히 이것저것 해봐도 될 나이니까 '그래, 그냥 한번 나가보자' 해서 했죠. 화보도 많이 찍을 수 있으니까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 기쁨씨는 원래 모델과를 가려던 게 아니었다고요?(황기쁨은 숱한 유명 모델들을 배출한 동덕여대 모델과 출신)
황 "사실 대학교 지원할 때 가나다군 중에서 가나군은 제가 원래 계획하던 쪽으로 지원하고 다군은 친오빠가 '모델과가 있는데 한번 해봐' 해서 '어떡하지? 될까?' 싶은 마음으로 지원했던 거였어요. 가나군은 수학과랑 안경광학과 지원이었어요. 그래서 모델에 대한 꿈은 학교에 들어가서 스무 살 조금 넘어서부터 깊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학창시절에도 모델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멋있었고, 좋아하는 모델들도 있었어요. 근데 제가 그런 모델이 될만한 그릇은 아니지 않을까 싶었죠."
- 원래 꿈은 뭐였는데요?
황 "암호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 암호학자요?
황 "네. 제가 이과라서 자연스럽게 암호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암호 푸는 게 재미있었어요."
-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데요?
황 "엄청 어렸을 때는 되게 밝았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고등학교 때는 '아, 걔 우리 반에 있었지?' 이런 아이였어요."
- 철우씨는 학창시절 때 잘 놀았을 것 같은데? 혹시 날라리?
이 "하하.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 가서 그곳에서 학교를 나왔어요. 공부도 어느 정도 하고 놀기도 잘 놀았는데 문제될 행동을 하진 않았고요. 그냥 평범했어요. 더 어렸을 때는 완전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는데, 어느 순간 바뀌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활동적인 게 좋고, 얘기하는 게 좋아서 친구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활발해지고 성격도 밝아졌어요."
- 원래 꿈은 뭐였죠?
이 "유학 가기 전에는 꿈이 회계사였고, 공부하다 보니까 과학 쪽이 너무 재미있어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려고 했었어요."
- 그러다 어떻게 모델이 된 거죠?
이 "키가 크니까 '모델 해봐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처음에는 전혀 생각도 없었어요. 근데 캐나다에서 대학까지 합격은 해놨는데, 그 상황에서 뭔가 앞으로 계속 공부만 하면서 살 자신이 없는 거예요. 왠지 따분한 삶이 될 것 같았어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하던 중에 '경험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하다가 모델 아카데미에 지원해서 시작한 게 모델이에요. 근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살면 후회는 안 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 어떤 게 그렇게 재미있던가요?
이 "그냥 굉장히 즐거워요. 촬영을 할 때든 쇼를 할 때든 힘들지도 않고 일이라는 생각도 안 들어요. 그냥 모든 게 다 재미있어요. '나랑 참 잘 맞는구나' 싶으니까 다른 일은 전혀 생각도 안 나요."
- 기쁨씨는 모델이 왜 재미있나요?
황 "사실 전 감정을 잘 표현하지를 못하거든요. 근데 화보 촬영 같은 건 그 사람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제가 대신 표현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표현하는 그 순간이, 제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에요."
- 애인은 있나요?
황·이 "없습니다."
이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황 "지금은 저 하나 챙기기도 바쁜 것 같아요."
- 이상형은요?
황 "절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 첫 느낌이 중요하진 않아요. 보면 볼수록 좋은 사람. 저랑 성격이, 음…, 성향이 잘 맞았으면 좋겠어요."
이 "근데 둘 다 조용하면 안 되잖아?"
황 "그러네?"
이 "뭐야. 하하하."
황 "근데 말이 너무 많으면 제가 감당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 "저는 이상형이 외적인 건 하나도 없고, 착해야 돼요. 물론 제가 봤을 때 예뻐 보여야 하는데 뭐 긴 생머리나 쇼트커트, 눈이 크거나 작거나 이런 건 없고요. 첫인상이 좋고 매력 있으면 돼요. 근데 꼭 착해야 돼요. 대신 너무 착하면 안 되고, 조금은 여우 같은데 착해야 되고. 집착은 하면 안 되고…."
황 "야, 그런 사람 없어."
이 "하하. 까다롭지만, 제 눈에만 예쁘면 좋아요."
- 끝으로, 모델을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처음 서울콜렉션 했을 때요. 행복했어요. 제가 바라만 보던 무대에 직접 선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기뻤고 행복했어요. 그리고 모든 촬영이 다 기분 좋긴 해요. 촬영할 때가 제일 즐겁거든요."
황 "전 '도수코' 할 때의 모든 순간이 다 좋았어요. 전부 다요. 좋은 사람들 만난 것도 좋았고요.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고 평가 받기를 계속 반복했는데, 어떻게 보면 '모델'에만 집중할 수 있던 기간이었어요. 합숙까지 하면서 모델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던 시간은 아마 그때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행복했어요."
[모델 황기쁨(왼쪽), 이철우. 사진 =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GUYS&GIRL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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