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은 유연하다.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특정 포메이션에 선수를 가두지 않고 선수에 맞는 전술을 찾는다. 지난 요르단전서 선보인 '기성용 없는 4-1-4-1'이 대표적이다. 40년 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아자디 저주' 앞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내놓을 전술이 궁금한 건 바로 그래서다.
● 위풍당당 유럽파 뜬다
유럽파가 뜬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 일정과 장거리 일정에 따른 컨디션 난조를 고려해 요르단전을 중동파 위주로 꾸렸다.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 윤석영 등은 후반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기성용은 아예 휴식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서 "실험은 없다"며 "요르단전서 뛰지 않은 선수들이 이란전에 많이 나서게 될 것"이라며 유럽파 중심의 최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이럴 경우, 원톱은 이근호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근호는 요르단전서 벤치를 지켰다. 공격 2선은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이 유력하다. 셋은 요르단전서 후반 막판에 잠시 호흡을 맞췄다. 중원은 아껴둔 카드 기성용과 한국영(또는 장현수)가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포백 조합은 예측이 다소 어렵다. 차두리, 박주호는 요르단전서 45분을 뛰었다. 둘이 이란전에 그대로 선발로 나올 수도 있다. 반면 중앙 수비는 경험 많은 곽태휘가 서고 홍정호, 김영권 중 한 명이 파트너로 나설 전망이다. 장현수가 본래 포지션인 센터백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 어떤 삼각형을 만들까
이란은 4-1-4-1(또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2년 전 한국과의 최종예선에서도 이란은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한 전술로 한국에 두 번 모두 이겼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변화를 감행할 수도 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네쿠남을 밑으로 내리고 그 위에 누리, 테이무리안을 배치한다. 경험 많은 네쿠남은 후방으로 내려와 볼을 더 많이 소유하고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그는 심리전에도 능하다. 터프한 몸싸움을 통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봉쇄하기도 한다. 한국은 매번 이러한 이란의 전술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이 어떠한 전술로 응할지 기대가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4-2-3-1과 4-1-4-1을 모두 실험한 바 있다. 두 시스템의 차이는 미드필더를 '삼각형'으로 두느냐, '역삼각형'으로 두느냐다. 슈틸리케는 요르단전서 4-1-4-1의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가동했다. 남태희, 조영철이 앞에 서고 그 뒤를 한국영이 받쳤다. 기성용 없는 플랜B였다. 아시안컵에선 조별리그의 경우 한국보다 전력이 낮은 팀들과 붙는다. 상대가 라인을 내려서 나올 경우 굳이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 필요가 없다. 4-2-3-1보다 4-1-4-1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란처럼 아시아 정상권 전력의 팀을 상대로 할 때는 4-2-3-1이 더 안정적인 밸런스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한국이 40년 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슈틸리케 감독이 '실험'보다 '결과'를 내겠다고 한 만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둔 4-2-3-1 가능성이 높다.
● 점유할까 or 역습할까
'점유'와 '역습'도 중요한 전술 포인트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점유율 축구'를 강조했다. 패스 게임을 통해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려 상대의 수비를 무너트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전술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이번 경기는 이란 원정이다. 고지대에다 10만 이란 팬들의 야유를 등에 지고 싸워야 하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볼을 오랫동안 소유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럴 때 '역습'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이란의 역습에 무너졌다. 이란은 중앙에 5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해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한국의 수비라인이 높게 전진했을 때 뒷 공간을 공략했다. 이란징크스가 계속된 이유다. 한국은 2선에 빠른 공격수가 많다. 특히 손흥민은 유럽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하는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손흥민의 능력이 100% 발휘되기 위해선 이란을 움츠리게 하는 것보다 전진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험은 끝났다고 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이제 몇 시간 뒤면 슈틸리케호의 '진짜'가 공개된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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