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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원맨 프로젝트 그룹 토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어떤 이는 최대 히트곡 '좋은 사람'을 부른 가수 김형중이 멤버인 줄 알기도 하고, 최근 공개된 신곡을 들은 사람은 성시경의 곡인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토이의 객원보컬로서 존재할 뿐 토이 자체는 아니다.
그렇다고 '토이=유희열'이라는 공식은 성립할 수 없다. 그의 앨범 속 음악들은 꽤나 다른 성향을 띠고 여러 모양으로 얘기하는데, 사실 대중들에겐 누구의 목소리로 듣느냐가 더 직접적이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소 모호할 수 있는 토이의 정의를 유희열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3일 진행된 토이 정규 7집 '다 카포' 음감회에 참석한 유희열은 자신의 이번 신곡들을 차례로 설명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건넸다. '객원가수와의 균형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유희열은 인상적인 답을 내놨다. "저는 그 지점을 고민해 본 적은 없다. 제 노래를 부른 가수들, 성시경의 노래로 알아도 김연우의 노래로 알아도 상관 없다. 만약 그런 대중들이 있다면 그건 제가 대본을 잘 쓴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 답은 모호했던 경계를 명확하게 정리해 줬는데 토이의 앨범이 음악을 선보이는 작품이라면 유희열은 감독, 객원 보컬들은 배우에 대입된다. '피아노 앞에서 손 악보를 그리는 걸 제일 잘한다'는 유희열은 어느 순간 컴퓨터 앞에 데이터로 사운드를 만드는 자신을 보면서 다시 피아노 앞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의 집합소다. 다만, 그 음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보컬을 찾는 것이 꽤 중요했다. 감독인 유희열이 배우 선택 기준은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유희열의 역할은 이랬다.
"내가 한 가수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래를 잘해서탐나는 가수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배역에 맞는 소리를 찾는 거다. 가수는 목소리 중심으로 가지만 내 역할은 그 뒤에 있다. 사운드나 믹싱, 반주 밸런스가 보컬 밸런스보다 중심에 있다. 사실 제 앨범을 듣다 보면 보컬이 약간 뒤로 빠져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차이가 굉장히 크다"
사실상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토이의 유희열은 그 동안 음악에 미쳐 있기도 때론 두렵기도 했다. 토이 앨범의 시그니처를 '라디오DJ'라고도 명명한 그는 "사실 백화점식으로 진열됐다. 어떤 이는 영화 음악이냐고 하고, OST냐고도 하고, 컴플레이션 음반이냐고도 묻지만, 그냥 제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는 것뿐이다. 장르적인 접근보다는 음악적 어법들이 제가 고집하는 거다. 아마 그 부분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연기를 펼친 배우들인 가수 성시경, 김동률, 이적에 대해선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사람들이다"라고 평했고,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이수현, 힙합가수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빈지노 등과 함께 한 것과 관련해선 "사실 '스케치북'을 통해서 교류가 많이 생겼다. 무대에서 호흡을 나눈 후배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게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보는 분들은 생경하게 느껴지셨을 지 모르지만, 배우로 치자면 예전부터 같이 했던 사람과 또 작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젠 감추는 것도 없고 예전에 가졌던, 약점도 없다. 그렇다고 잘난 척도 사라져 버린 앨범이다. 사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서 다이나믹듀오 소속사(아메바컬쳐), 김동률, 이적 소속사(뮤직팜)에게도 죄송하다. 나중에 이 앨범은 묘한 워드가 될 것 같다"면서 "한 마디로 민폐다. 하지만 이 분들 없으면 앨범 못 만든다. 저는 노래를 못 부르고 누군가 연기를 해 줘야 한다. 가수뿐만이 아니고, 연주자들 역시 토이 1집부터 저와 해주고 계신다. 행복하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건넸다.
분명 유희열은 토이를 통해 좋은 대본을 쓰고, 자신이 원하는 배우를 섭외하고, 의도한 바대로 연기 디렉팅을 하는 감독의 역할을 해 내고 있다. 20년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점점 발전하고, 도전하는 그는 분명 명감독이 분명하다. 명감독 '매의 눈'에 발탁된 배우들 역시 그 가치와 역량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맨 프로젝트 그룹 토이 유희열(위)의 정규 7집 재킷 커버(아래), 객원보컬로 참여한 성시경, 김동률, 이적, 크러쉬, 다이나믹듀오, 이수현(중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 = 안테나 뮤직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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