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될 뻔 했던 박준혁, 승부차기 '영웅'됐다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안경남 기자] 120분 동안 불안불안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던 성남FC 박준혁 골키퍼가 FA컵의 영웅이 됐다.

성남은 2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120분 혈투를 넘어 승부차기 끝에 서울을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성남은 1999년과 2011년에 이어 통산 3번째 FA컵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또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확보했다.

박준혁 골키퍼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기였다. 이날 박준혁은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 22분에는 박스 외곽에서 볼을 잡다 놓쳐 에스쿠데로에게 골을 헌납할 뻔 했다. 뒤늦은 태클과 곽해성의 헤딩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사실상 실점과 다름 없는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박준혁은 킥이 자주 골 라인 밖으로 향하거나 볼을 잡는 장면 등에서 실수가 잦았다.

이 때문일까. 성남은 연장 종료직전 전상욱 골키퍼로 교체를 시도하려 했다. 앞서 서울이 김용대를 빼고 유상훈을 투입한 것과 같은 승부차기 작전이었다. 그러나 어이없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전상욱이 교체를 위해 대기했지만 성남 선수들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공격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렸고 성남은 골키퍼를 교체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 박준혁은 승부차기서 두 번의 선방쇼를 보이며 성남에 우승컵을 안겼다. 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 슛을 막아낸데 이어 세 번째 키커인 몰리나의 슛도 쳐냈다. ‘역적’이 될 뻔 했던 박준혁은 이렇게 ‘영웅’이 됐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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