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위력 회복하는 두경민, 김영만 감독의 당부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동부는 확실히 포스트보다 가드진 비중이 떨어진다.

그러나 동부 가드진의 물량은 괜찮은 편이다. 박지현 김현중 안재욱 박병우 두경민에 신인 허웅까지.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건 김영만 감독의 몫. 김 감독은 예상을 깨고 신인 허웅과 2년차 두경민을 투 가드로 자주 내보낸다. 경기 리드보다는 속공전개와 돌파력이 좋은 타입인 허웅과 두경민. 동선과 역할이 겹칠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이 조합을 고수한다. 장점이 있다. 동부는 김주성 윤호영 데이비드 사이먼으로 이어지는 높이가 최대 장점이다. 김주성과 윤호영이 빠르다고 해도 전체적인 기동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두경민과 허웅은 이런 부분에서 동부의 약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카드. 스크린을 활용해 득점을 만들거나 공을 포스트에 넣은 뒤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이끄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속공전개와 저돌적 돌파로 파생되는 공격 옵션 등에선 분명한 이점이 있다. 김 감독은 두경민과 허웅을 중심으로 베테랑 박지현, 발 빠른 안재욱을 백업으로 중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동부 두경민과 허웅이 동시에 살아나려면 결국 두경민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두경민은 데뷔 시즌 자신의 장점과 팀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경희대 시절부터 투박한 농구에 익숙했다. 예를 들어 두경민은 스크린을 이용한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에선 스크린을 이용한 단발 공격은 기본이다. 또, 볼 소유시간이 줄어들면서 두경민 특유의 활발한 플레이가 실종됐었다. 본래 경기운영과 수비력이 썩 뛰어나진 않았다. 어정쩡한 트위너로 전락했다.

결국 김영만 감독은 두경민의 장점을 살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특유의 치고 받는 농구, 활발한 공수전환과 속공전개, 과감한 외곽슛을 장려하고 있다. 객관적 높이가 높아지면서 제공권에서 여유가 있다. 수비 역시 윤호영의 가세로 좋아졌다. 두경민이 자신이 잘하는 걸 챙겨도 어느 정도는 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상황이 조성됐다.

김영만 감독은 23일 SK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경민이는 경민이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하게 해야 한다. 시즌 초반 허벅지 타박상에 최근 장염으로 몸무게까지 빠졌다”라면서 “그래도 점점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물론 좀 더 좋은 컨디션을 찾아가야 한다”라고 했다. 동부는 두경민이 살아나면서 고유의 높이 농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난 시즌에 겪었던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김 감독 역시 “경민이가 강약 조절에 눈을 떠야 한다”라고 했다. 치고 받는 농구도 좋지만, 상황에 맞는 경기 조율과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경험이 해결해줄 문제이긴 하다. 조금씩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플레이오프같은 큰 경기서는 두경민의 이런 장, 단점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도 있다. 두경민으로선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되, 경기를 치르면서 빈틈을 메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두경민은 이날 10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동부의 패배로 두경민의 활약은 빛을 보지 못했다.

[두경민.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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