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대종상영화제의 잡음은 매년 반복되는 것일까.
제51회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한국판 아카데미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대종상영화제는 반백년을 넘긴 51회 역시 구설수로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올해 대종상영화제 측은 "대한민국 순수 예술의 권위와 명예가 살아 숨 쉬는 화려한 영화축제, 영화산업의 산실로서 한국 영화산업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기자간담회부터 불협화음이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대종상 영화제가 썩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규태 조직위원장이 전권을 맡았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며 "영화 감독 협회가 소외된 대종상 영화제가 올바른 대종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 6일 조직위원회와 협약서를 만들었다. 당시 영화감독협회장이 집행위원이 되는 것으로 합의를 했는데, 그것을 일시에 뒤엎었다. 빨리 남궁원 회장이 책임져라. 그곳에 앉아 있을 처지가 아니다"라고 폭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로부터 약 한달 후 진행된 제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궁원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정진우 감독은 영화발전 공로상 수상자로 무대 위에 올랐다. 정진우 감독은 1963년 '외아들'로 데뷔한 뒤 한국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로, 그가 공로상 수상자가 될 만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 타이밍이 석연찮았다. 게다가 한 달 새 자신이 비판했던 남궁원 회장까지 "소중한 동반자"라며 수상소감에 언급해 의아함을 안겼다. 심지어 분위기는 훈훈하기까지 했다.
석연찮은 건 일부 다른 수상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 ‘수상한 그녀'의 OST '한 번 더'로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모그가 음악상 후보로 오른 것도 그들이 내세우는 '대한민국 순수 예술의 권위'를 뒤흔들 만한 일인데, 음악상 트로피까지 거머쥐어 과연 대종상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안겼다. 물론 모그의 표절 시비가 단순한 '시비'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표절 여부가 판결나지 않은 상황에서 음악상을 안기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반백년 역사의 영화상이 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
게다가 "순수 예술의 명예가 살아 숨 쉬는 영화축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흥행성에 치중한 수상이었다는 점도 앞으로 대종상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케 했다. 물론 대종상영화제는 매년 흥행된 영화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이는 "영화시상식으로만 국한된 영화제가 아니라 대중과 하나 되고,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대종상영화제의 다짐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명예와 권위가 살아 숨 쉬는 순수 예술'과 '대중성' 중 어느 쪽의 손을 먼저 들어줘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대종상영화제는 올해 국내외에서 호평 받은 '한공주', '도희야' 같은 영화를 외면했다. 분명 흥행성 보다 높게 평가됐어야 했음에도 말이다.
대종상영화제는 매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운영 주체를 놓고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국고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상을 독식했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상결과에 불복해 무효소송이 일기도 했고 감독상 선정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거나, 모 수상자의 소속사가 금품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돌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과 영화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1958년 문교부가 제정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 예술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 '반세기를 넘어 향후 한국영화 10년의 미래를 꿈꾸는' 등의 수식어들로 치장된 대종상영화제. 부디 내년 제52회 대종상영화제는 진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정하고 잡음 없는 영화 예술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제51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사진 = 대종상영화제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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