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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유나의 거리'를 보고 누군가는 '어른들의 동화', '판타지'라고 말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있을 것 같진 않은 사람들이고, 관계이지만 저흰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길 바라며 연기를 했어요."
말 그대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막을 내린 뒤, 주인공 유나를 연기한 배우 김옥빈을 만났다. 김옥빈은 드라마라기엔 너무 현실 같았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아름다웠던 '유나의 거리'를 떠나보내는 소회를 담담히 털어놨다.
"유나라는 인물의 매력은 유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유나는 자신이 바닥에서 태어나 생활을 하며 불쌍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건강하고 꽤 괜찮게 잘 자란 친구거든요. 주변에 믿고 따르는 동생들도 많고…. 그런데 그 사실을 자신만 몰라요. 혼자서 원망과 화를 품고 있죠. 그 아이가 주변의 사람들, 특히 창만(이희준)을 만나 변화한 거예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죠."
흔히 인터뷰 중 건네는 질문 중 하나가 연기한 인물과 실제 모습의 공통점과 차이점이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김옥빈은 한참을 고민했다. 유나의 일상을 연기한 지난 6개월, 어느새 김옥빈과 유나의 경계는 모호해져 있었다.
"유나와 제가 비슷한 점은 가슴 속에 무언가를 쌓아놓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말하고 털어놓는…. 내 방식대로 건강하게 산다는 점이 비슷했어요. 다른 점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런 건 나랑 다른데'라는 생각도 했는데 워낙 긴 촬영을 마치고 나니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같은지, 어떤 부분이 유나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기도 하네요."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작품이 많은 월화드라마 사이에서 '유나의 거리'는 유독 중장년층의 큰 사랑과 공감을 받은 작품이었다. 여전히 '서울의 달'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낸 '유나의 거리'. 이 작품을 통해 김옥빈을 비롯한 출연자들도, 시청자들도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시청률을 신경 쓰며 작품에 임해본 적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이번엔 유난히 절 알아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많았어요. 밥을 먹고 있으면 조용히 반찬 하나를 놓아주시는 경우가 많았죠. 어른들에게 제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는데, 어른들이 우리 작품을 정말 좋아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작품을 하며 제가 치유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작품 전에는 많이 외로웠던 것 같은데 따뜻함을 느꼈고, 매 회 대본을 받으며 이렇게 살아야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사는 게 사람 사는 거구나'라는 느낌."
50회가 방송되는 내내 작품과 관련된 게시판에는 유나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연기하는 김옥빈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연기자 김옥빈을 향한 칭찬이고, 축하이기도 했다.
"유나가 내 인생의 캐릭터라…. 그렇죠. 지금까지 맡아 본 캐릭터 중에 가장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가 유나였으니까요. 다시 이런 캐릭터를 맡을 수 있을까 싶어요. 이번에 느낀 건데 장편드라마는 이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내가 내일 어떤 연기를 하게 될 지 모른다는 것. 하루는 착했다, 하루는 욕했다, 하루는 화냈다…. 그런데 그게 사람 사는 것 아닌가 싶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다 보여주고 나니…. 다신 이런 역할을 맡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배우 김옥빈. 사진 = hanfoto@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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