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염정아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소녀 같다. 때로는 억척스러운 동네 아줌마 같다가도 순수한 소녀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살림꾼 엄마이기도 하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있는 여배우이기에 이런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품에서 차도녀, 혹은 커리어우먼과 같은 도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염정아가 현실 속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돌아왔다. 영화 '카트'에서 염정아는 두 아이를 키우며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마트일이 자신의 일 인 것처럼 살아온 선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큰 키에 깡마른 몸, 손질하기 편안한 단발머리를 한 선희는 염정아의 모습이었고, 또 선희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지만, 선희 안에 녹아들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염정아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전쟁과도 같은 아침을 보내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작품이라 "좀 떨리고 기대"가 됐다. 시험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대중에게 평가를 받는 시험이기도 했고, 배우로서 자기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다소 다른 모습이었지만, 시나리오가 염정아에게 왔을 때 "너무나도 선뜻" 선택했다. 이런 역할이 들어온 것이 신기했단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나에게 왔을 때 덥석 물었다. 내가 안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역할이 안 들어 왔었다. 캐릭터가 좀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트'는 편안하게 촬영을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촬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염정아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를 파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염정아의 도시적인 이미지가 '카트'에서도 드러나면 영화의 몰입도를 깨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염정아 역시 "예전에 내가 주는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선희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기미를 그렸고,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살도 쪘다. 머리는 모자를 쓰지 않으면 밖을 못나갈 정도였다고.
염정아가 '카트'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었다.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뭔지는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염정아는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가족 중 한명이기도 하다.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트' 속 선희는 수동적인 인물이었지만 점차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마트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정규직 전환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물거품이 됐다. 대신 일방적인 해고 통지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많은 일을 겪은 선희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사람을 변해갈까. 염정아 역시 선희의 감정을 잡는 게 큰 문제였다. 촬영장에 가면 '감정이 어디까지 갔더라'를 고민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촬영은 순차적으로 진행이 됐다. 아주 서서히 올라가는 감정을 가지고 가야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변해가는 감정은 염정아에게도 가장 큰 숙제였다. "내가 선희라고 생각했다.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았다."
'카트'는 대형 마트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지만, 우리들의 삶도 담겨 있다. 선희를 봐도 그렇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다. 가장으로 인식되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사춘기 아들과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딸아이가 있다. 염정아도 이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아이와 엄마 관계에서 감동을 받았다. 평범한 모자 관계다. 사느라 바쁜 엄마와 사춘기 아들이다. 밖에서 성장 통을 겪으면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있다. 어느 샌가 철이 든 아들과 엄마가 마주 앉아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생활비에 쓰라고 준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눈물이 흘렀던 부분이다."
그렇다면 실제 염정아는 어떤 엄마일까. 염정아에게 듣는 '엄마 염정아'는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애정표현을 잘 하는 엄마이기도 하고, 극성맞은 엄마이기도 했다. 6살과 7살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염정아는 아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다. 만지고 조물거리고. 그것이 엄마 염정아의 애정표현이었다.
마지막으로 염정아는 '카트'를 보는 관객들에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재나 주제 때문에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선희라는 인물은 우리 엄마들이다. '카트'는 그냥 우리 이야기다."
[배우 염정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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