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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영상산업 선진국인 유럽의 등급분류 제도와 새롭게 시도되는 방식들이 한국의 등급분류 제도를 변화 시킬 수 있을까.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14 국제 영화 등급분류 포럼'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과 영국 영화등급분류위원회(BBFC) 디렉터 데이비드 쿡과 부디렉터 데이비드 오스틴이 참석했다.
이날 데이비드 쿡과 데이비드 오스틴은 영국 등급 분류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데이비드 오스틴은 "우리가 하고 있는 것 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제작자들에게 컷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등급을 받지 않으면 배포가 될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한국과 다른 컷 시스템을 언급해 이목을 끌었다. 영국은 U(전체관람가), PG(부모동반 전체관람가), 12A(12세이상관람가), 15(15세이상관람가), 18(18세이상관람가), R18(제한상영가) 등 6개 등급으로 분류하며 연령등급에 적절하지 않을 경우, 특정장면을 삭제하는 컷(CUT)제도를 운영 중이다.
데이비드 쿡은 자의적, 타의적으로 진행되는 두 가지 컷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는 자발적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제작자가 스스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 장면을 자르라고 명령을 한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번째 컷은 어떻게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법적으로 형사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장면은 의무적으로 컷을 할 수밖에 없다. 각 국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컨텐츠가 있다면 컷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두 사람은 'YOU RATE IT' 시스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YOU RATE IT'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공동으로 개발한 온라인 콘텐츠 자율 등급분류 프로그램으로 이용자 혹은 제작자가 영상의 내용에 대해 주어진 문항에 응답하면 자동적으로 등급이 분류되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상호이용이 가능하며 접속하는 국가별 언어와 연령 등급 시스템에 맞게 문항을 설정할 수 있다.
데이비드 오스틴은 "이 시스템의 장점은 두 가지"라며 "업계 측면에서 보자면 모든 국가에서 체크사항이 공통이기 때문에 나라별로 별도의 체크 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소비자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별로 민감한 사항이 별도로 있을 텐데 국가별 민감한 사항을 반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끈 것은 영국 내에서도 존재하는 제한상영가 등급이다. 그동안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으로 시끄러웠던 상황이 자주 불거졌던 만큼 100년 이상 등급분류 제도를 운영해 온 영국의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영국은 개인이나 사회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한해 R18(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며, R18 등급의 표현 수위를 넘어서고 삭제도 불가능할 경우 등급거부(REJECT)를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오스틴은 "영국에도 18세 이상 제한상영가가 있다. 최근에는 상영관이 없어진 추세다. 온라인에서 보기 때문에 굳이 상영관을 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비드 오스틴은 한국에 제한상영관이 없는 것처럼 영국 역시 지정된 제한상영관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제한상영관이 없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사실상 상영이 불가능하지만 영국의 경우 기존 영화관을 제한상영관으로 바꿔 상영할 수 있다는 게 달랐다.
데이비드 오스틴은 "영국에서는 사실상 제한상영가 전용 극장이 없다. 만약 상영을 하고 싶다면 지역극장이 지자체에 등록을 하고 라이선스를 받아 상영해야 한다.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도 상영관에 회원 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해 한국에서 추진 중인 제한상영관 개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눈길을 모았다.
한편 데이비드 쿡과 데이비드 오스틴은 오는 27일 오후 2시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되는 '2014 국제 영화 등급분류 포럼'에서 유럽에서 진행 중인 등급분류의 새로운 시도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한다. 이 자리에서는 유럽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등급분류 방식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등급분류 현안과 쟁점, 미래전략 등에 대해 논의될 예정이다.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데이비드 쿡-데이비드 오스틴(위), 데이비드 쿡-데이비드 오스틴(아래). 사진 = 영등위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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