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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표팀? 1달 뒤에 국제대회가 있다면 뽑힐 자신 있다.”
197cm에 105kg. 당당한 체구와 근육질 몸매.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위력적인 골밑 플레이에 리바운드 장악능력, 헌신적인 도움수비와 블록슛 능력, 외곽수비력과 3점슛까지 장착했다.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주인공은 오리온스 신인 이승현이다. 이승현은 26일까지 19경기서 평균 9.3점 4.3리바운드 1.6어시스트, 0.9스틸, 0.7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KBL 신인들 중에선 군계일학의 활약을 자랑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신인임에도 경기에 미치는 임팩트가 엄청나다는 점. 프로에 들어와서 대학 시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마이데일리 창간 10주년을 맞아, 고양체육관에서 이승현을 만났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대표팀? 1달 뒤에 소집하면 뽑힐 자신 있다
이승현은 용산고, 고려대 시절부터 최고의 빅맨으로 군림했다. 그는 “U18, U19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쉽지 않은 상대들을 만났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상대는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승현은 대학교 1학년 시절이던 2011년 U19 세계선수권대회를 유독 아쉬워했다.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대표팀 선발이 절실했다. 국내 최고 명장 유재학 감독은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그는 2013년, 대학 3학년 시절에 성인대표팀에 처음으로 선발됐다. 그러나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1년이 지난 올해. 이승현은 극찬을 받았다. 유 감독은 “내가 저런 선수(성실하고 발전 속도가 빠른 이승현을 극찬)를 뽑지 않으면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국제무대서 통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외곽수비력과 공격 움직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게 유 감독의 냉정한 평가. 이승현은 “기사를 다 봤다. 아쉽지만 억울할 것도 없었다. 내가 부족했다”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열 받았다. 자극도 됐다”라고 했다.
사실 이승현이 진짜 자존심이 상했던 부분은 “프로에 가서 통하겠어?”라는 일부 농구관계자들의 섣부른 전망이었다. 2m가 넘지 않는 빅맨. 그동안 KBL에서 수 차례 단명했다. 이승현은 “오기가 생겼다”라고 했다. 그의 변신은 놀라웠다.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3점슛을 완벽하게 장착했다. 무빙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오픈찬스에서 안정적인 슛 릴리스로 곧고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다. 54.5%로 3점슛 성공률 리그 1위다. 그는 “다른 건 욕심이 나지 않는데, 솔직히 3점슛 성공률 1위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라고 했다. 단기간에 3점포를 장착한 것에 대해선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연습을 했다. 정말 그것 말고 다른 건 없었다”라고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대표팀을 소집하면, 뽑힐 자신이 있겠는가”라고. 그러자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물론이다. 뽑힐 자신이 있다. 3~4번 연속 탈락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해와 올해 대표팀에 탈락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이미 이승현의 성실함과 농구감각에 대해선 극찬한 바 있다. 실제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부상 등 특별한 악재만 없다면,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비스 수비가 제일 벅차다
이승현은 프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개막 8연승 주역은 단연 이승현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외국인 에이스 트로이 길렌워터와의 호흡이다. 대학 시절까지 1인자였던 그는 오리온스에서 완벽한 조력자로 변신했다. 보통 대학 시절까지 에이스였던 스타들이 프로에서 외국인선수에게 득점 1번옵션을 내주는 것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볼 없는 움직임, 심리적인 상실감 등이 만만찮다. 더구나 대학과 프로 시스템은 차원이 다르다. 기계적인 스위치디펜스와 도움수비,각종 변형 지역방어 등 대학 시절과는 달리 적응해야 할 부분이 많다. 빅맨의 경우 단순히 프로에 왔으니 외곽슛만 익히면 된다는 건 매우 단순한 접근이다.
이승현은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팀 공헌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에 (이)종현이랑 호흡을 맞춰본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대학 시절에 역전승도 많이 해보고 극적인 경기를 많이 해본 것도 지금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처음엔 겁도 먹었다. 그런데 형들도 전혀 터치 안 하고 오히려 경기를 할 때도 자신 있게 하라고 격려해주신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또한, “감독님이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잘 따라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승현은 2라운드 들어 살짝 주춤했다. 길렌워터의 플레이를 살려주기 위해 외곽에서의 움직임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팀 공헌도가 살짝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길렌워터와 할 얘기는 한다. 공을 빼달라는 얘기도 한다. 또 요즘 상대가 내 슛을 봉쇄하는 수비를 한다. 거기에 대한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시절의 플레이를 다시 가져갈 필요도 있다”라고 했다. 결국 골밑 플레이를 해야 할 땐 하겠다는 의미. 그 동선 조정은 추일승 감독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승현은 “솔직히 모비스 수비가 확실히 다른 팀이랑 남다르다. 솔직히 버거운 팀”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더니 “좀 더 조이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신을 잘 아는 유재학 감독의 존재도 확실히 부담스럽다. 여기에 함지훈의 존재 역시 부담스럽다. 그는 “지훈이 형의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라고 경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4위로 주춤한 오리온스는 모비스를 넘어야 재도약할 수 있다. 이승현 역시 모비스전서 공헌도를 높일 경우 한 단계 성장 가능하다.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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