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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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창 상승세를 보이다 2007년 한풀 꺾인 한국영화 시장의 침체기는 2008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혹한기가 이어질 수는 없는 법. 2009년 한국영화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 돌파, 관객수 증가 등의 청신호를 밝히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극장 관객수는 1억 5679만명으로 지난해 보다 4% 증가했다. 전체 극장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11.6% 늘어난 1조 92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도 2008년 42.1%에서 2009년 48.8%로 올라섰다.
이 시기 2006년 '괴물' 이후 볼 수 없었던 천만 영화가 다시 탄생했다. '해운대'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돌풍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3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 영화' 대우를 받았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등 수많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역시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의 영광을 안았다.
비보도 이어졌다. 스크린에서 맹활약해 온 배우 장진영이 위암 투병 중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대표적 여성 영화인이었던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가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별세했다.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원로배우 여운계가 69세를 일기로 팬들과 이별한 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유현목 감독과 문여송 감독 그리고 배우 도금봉, 김흥기, 장자연 등이 삶과 이별해 팬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2010년 극장가에는 '아바타'(2009년 12월 개봉) 열풍이 불었다. 관객수 500만명을 넘긴 채 2010년을 맞은 '아바타'는 개봉 38일 만에 외화 최초로 천만 관객 돌파했으며 72일 만에 당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고수 중이던 영화 '괴물'의 스코어를 뛰어 넘었다. 하지만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모두 관객수가 감소했으며 특히 한국영화의 경우 2008년 42.1%로 떨어졌던 시장점유율이 2009년 48.8%까지 회복됐지만 2010년 46.5%로 하락하며 50%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칸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듬해인 2011년은 한국영화가 4년 만에 외화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50%대를 회복한 해였다. 한국영화 점유율 51.9%를 기록하며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렸다. 영화를 본 총 관객수도 1억 5979만명으로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무엇보다 작은 영화들이 덩치 큰 영화들과 부딪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7광구', '퀵', '고지전' 같은 블록버스터 화제작들이 개봉했지만 '써니', '완득이', '도가니' 등 상대적으로 더 작고 비화제작이었던 영화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최종병기 활' 같은 경우 740만 관객들 동원하며 폭발적 흥행력을 과시, 2011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 해 김기덕 감독은 2011년 자전적 영화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며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이어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첫 한국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실명 거론, 정부 비판 등으로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심형래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던 영구아트 직원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안타까운 일도 이어졌다. 최고은 작가가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1년 1월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의 감독이자 작가인 최고은 작가가 월세집에서 숨진 채 이웃 주민에게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지병을 앓고 있던 그가 사망 전까지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져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2011년을 뒤로 한 2012년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열린 시대기도 하다.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한 해 누적관객수 1억명을 돌파했고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했다. 2002년 전국 관객 수(한국영화 5082만명, 외국영화 5431만명)가 1억 명을 돌파했던 기록을 뒤로 하고, 10년 만에 한국영화 만의 관객 수가 2002년의 두 배인 1억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것. 이에 '2012년 한국영화 관객 1억명 돌파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2012년에는 처음으로 한 해 두 편의 천만 영화를 선보였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가 그 해 나란히 천만 돌파 소식을 전한 건 처음 있는 일.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영화였기에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해 낼 수 있었다.
반면 영화판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가 지적됐다. 민병훈 감독의 '터치'가 상영 일주일 만에 반 강제적으로 영화를 내렸다. 민병훈 감독은 서울 한곳을 포함해 전국 12개 극장에서 하루 1~2회 교차 상영이 결정되자 배급사에 종영을 통보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는데, 수상 축하연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멀티플렉스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 쓴소리를 해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감독 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영화 '스파이'는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K'라는 제목으로 촬영중이었지만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중도 하차했다. '미쓰GO'의 정범식 감독은 박철관 감독, '동창생'의 박신우 감독은 박흥수 감독으로 교체됐다.
빛과 어둠이 공존한 르네상스 시기를 보내고 새로 맞이한 2013년은 더욱 풍족한 한 해였다. 2013년 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의 선물이 개봉 32일 만에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등 할리우드에 진출한 국내 감독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 영화는 2년 연속 관객 1억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극장을 찾은 관객이 사상 처음으로 2억명을 돌파했다. 2012년 대비 약 9% 증가한 2억 1332만 명의 관객수를 보이며 역대 최다 관객수를 보인 것. 극장 입장권 매출액은 역대 최대 액수인 1조 5512억 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산업의 호황이나 다름없었다. 문병곤 감독의 단편영화 '세이프'가 칸국제영화제 단편영화 부문에서 황금종려상,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한 것도 낭보였다.
그럼에도 '아이언맨3',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상영관 독점 문제가 불거지며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고 '의리', '으리' 등의 댓글을 달며 1점을 주는 평점 테러 문제가 불거져 영화인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문제가 됐고, 김기덕 감독은 자진 삭제를 감행했다. 이후 찬반 투표라는 과정을 거쳐 결국 세 번째 심의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게 됨에 따라 국내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영화 상영부율(수입분배 비율)도 변경됐다. 기존 한국영화 상영부율은 50:50이었으나 CJ CGV의 55:45 조정으로 서울지역 내 한국영화 상영부율이 10% 인상됐다. 멀티플렉스와 직배사의 '부율 기싸움'도 벌어졌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서울지역에서 배급사가 더 가져가던 60:40 방식의 극장부율을 50:50로 동일화 하는 결정을 전했지만 워너 브러더스가 반발했다. 이에 서울지역 CGV, 서울지역 롯데시네마 직영관에서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를 볼 수 없게 됐다.
이런 부율 문제는 2014년 일단락됐다. CGV와 롯데시네마, 직배사와 부율 배분 문제로 소니 픽쳐스의 '토르:다크월드', 워너 브러더스의 '호빗:스마우그의 폐허', '레고무비' 등의 영화를 서울지역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볼 수 없었지만 '300:제국의 부활' 상영을 앞두고 극적으로 해결된 것. 이에 서울지역 상영 불발 없이 전국에서 '300:제국의 부활'을 볼 수 있게 됐다.
2013년 화려한 한 해를 보냈던 한국영화였지만 2014년 상반기는 달랐다.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쏟아졌지만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1월 57.7%에서 4월 21.9%로 하락했다. 그나마 5월 49.2%로 상승,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 사이 2014년 1월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6월 한국영화 잭팟이 터졌다. 역대 최대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이 개봉한 것. 누적스코어 1761만을 기록한 '명량'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슈와 기록들을 써내려가며 폭발적 흥행세를 보였다. 여기에 8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적:바다로 간 산적'까지 가세했다. 이에 두 영화가 거센 흥행력을 과시한 8월, 전체 영화 관객수와 총 매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명량'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쌍끌이 흥행, 여름 방학 시즌, 추석 시즌 영화들의 선전으로 2014년 3분기 전체 관객수와 매출액 또한 분기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3분기 극장시장 상위 10위권에는 한국영화 5편과 미국영화 5편이 랭크됐으나 관객 수 비중을 보면 한국영화(5편의 관객 수는 3842만 명으로 상위 10위 전체 관객 수의 72.6% 차지)가 3분기를 이끌었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명량' 속 등장하는 배설 장군의 후손들이 역사를 왜곡했다며 '명량'의 감독, 작가, 제작사, 배급사를 고소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이는 등 2014년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 영화 '해운대'·'워낭소리' 포스터, 박찬욱 감독, 배우 故 장진영 김기덕 감독, 영화 '아바타' ·'써니'·'설국열차'·'라스트 스탠드'·'스토커'·'명량'·'해적:바다로 간 산적' 포스터]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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