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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매일 아침 메일로 발송되는 지상파 시청률을 보고 있으면 부쩍 시청률 하락세를 실감하게 된다. 드라마는 10%대만 나와도 '대박' 소리를 듣고, 예능은 5% 안팎의 수치를 기록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미디어 환경의 급변, 시청 패턴 변화, 콘텐츠 획일화 등. 한 때 5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던 드라마 혹은 30%까지도 넘봤던 예능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가 힘들다.
◆ 역대 최고 vs 최저 시청률 드라마
현재 지상파 3사(KBS MBC SBS) 시청률을 보면 드라마들의 강세가 여전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위권은 물론,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프로그램 대부분이 드라마다. 현재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드라마는 30%대를 넘긴 '가족끼리 왜 이래'이고, 그 뒤를 '고양이는 있다' '전설의 마녀' 등이 잇고 있다.
한국 방송사에서는 전설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이 많지만 범위를 좁혀 2006년 이후로 기준을 잡자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MBC 드라마 '주몽'이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무려 49.7%였다.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로 손꼽히는 '왕가네 식구들' 48회가 기록한 48.3%보다도 1.4%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밖에도 '내 딸 서영이'(KBS2, 2013)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2012) '찬란한 유산'(SBS, 2009) 등이 모두 최고 시청률에서 40%를 상회하고 있다.
비운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에는 장근석 주연의 KBS 2TV '예쁜남자'와 윤계상 한지혜가 호흡을 맞춘 KBS 2TV '태양은 가득히' 등이 꼽힌다. 특히 '태양은 가득히'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지지부진한 스토리가 한 몫 했다.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시청자들을 잡아 끌만한 포인트가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방송된 KBS 2TV '아이언맨' 역시 3%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고, 마지막 회에서 3.4%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 무의미해진 평일 지상파 예능 시청률 경쟁
평일 심야시간대에 방송 중인 주요 예능프로그램들의 성적을 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한 주간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중 KBS 2TV '해피선데이'(15.7%), KBS 1TV '가요무대'(15.1%), MBC '무한도전'(14%)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특히 과거 인기 프로그램으로 군림하던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이 5% 이하의 수치를 나타내면서 하향 평준화 해 더 이상의 시청률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예능계에서 양강구도를 구축하며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던 유재석과 강호동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시청률로 체면 치레조차 못하고 있다. 유재석이 출연 중인 KBS 2TV '해피투게더'와 '나는 남자다'는 각각 5%대와 4%대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강호동이 출연 중인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도 평균 4%대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우리동네 예체능'의 경우 4%대의 시청률로 동시간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시사프로그램인 MBC 'PD수첩'과도 엎치락뒤치락 경쟁 중이다.
◆ 시청률 하락의 원인들
바로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지상파 시청률의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특히 예능은 그 낙폭이 매우 크다. 고만고만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까닭에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상파에서도 정규 편성에 목을 매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한 시즌제를 강화해 차별화되고 좀 더 다양한 콘텐츠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강세를 보이는 종편과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확연해진다.
'킬러 콘텐츠'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매체가 다양해진 미디어 환경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 인터넷 등 굳이 TV 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방송을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실시간 시청률만을 따지고 있으니 당연히 시청률이 적게 집계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인터넷 실시간 방송 등 시청률 집계 방식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도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방송사 광고주 시청률 조사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 시청률 하락 , 어떻게 막아야 하나
지난 여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시청률 7%대에 머물렀다. 수치로만 보면 동시간 꼴찌였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연애의 발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방송 후 관련 게시판에는 호평이 줄을 이었고, 일부 하이라이트 영상을 발췌한 게시물들이 SNS 곳곳에 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청률은 그토록 낮았던 것일까.
우선 '연애의 발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30대라는 설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내뱉은 현실성 짙은 대사들은 연애 중인 혹인 연애 경험이 있는 젊은이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젊은이들은 대개 본방 사수보다는 추후 다시 보기를 즐기는 세대다. 그러니 당연히 본방 기준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시 '연애의 발견'은 모바일 및 인터넷 영상 플랫폼 점유율에서 타 드라마를 압도하는 수치로 그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시청률이 떨어지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제는 획기적인 아이템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본적인 생활 패턴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웹툰' 혹은 '웹드라마'의 탄생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명 '스낵컬처'라 불리는 손쉽게 소비하는 문화적인 현상은 이제 지상파에도 그 손길이 조금씩 닿고 있다. KBS가 지상파 최초로 '간서치열전'이라는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것이 좋은 예다. '간서치열전'은 웹드라마 최초로 누적 조회 수 100만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률 집계 방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출퇴근 시간에는 어떤 콘텐츠가 인기가 있을지, 또 저녁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적당할지, 1인 가구가 늘어난 요즘, 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 더 이상의 시청률 하락을 막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KBS 2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아이언맨' 포스터, SBS '룸메이트' MBC '헬로 이방인' '황금어장-라디오스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KBS 2TV '나는 남자다' '해피투게더3' '우리동네 예체능' 타이틀, KBS 2TV '연애의 발견' 스틸. 사진 = (주)삼화네트웍스, 아이에이치큐 가지컨텐츠, MBC KBS SBS 홈페이지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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