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선발진이 업그레이드 됐다.
두산이 장원준을 품에 안았다. 4년 총액 84억원 계약. 윤성환(삼성, 4년 8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투수 FA 최고액 계약. 외부 FA 시장에서 소극적이었던 두산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놀랍지만, 좀 더 냉정하게 파고들면 두산의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게 가장 고무적이다. 두산은 장원준으로 약점을 단숨에 보강했다.
두산은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한 뒤 넥센, LG를 차례로 쓰러뜨렸고 삼성도 그로기 직전까지 몰아갔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지만,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마운드는 임기응변 형식의 운영이 통했다고 봐야 한다. 강력한 틀이 갖춰진, 조직적 운영은 아니었다.
전임 송일수 감독 체제의 2014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마운드가 더욱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핵심은 선발진 부진이다.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 외에는 제 몫을 해낸 투수가 없었다. 노경은 시즌 준비 과정부터 좋지 않았고, 데뷔 후 최악 부진을 보였다. 크리스 볼스테드는 실패작이었다. 유네에스키 마야도 나쁘진 않았지만, 선발진을 확실히 이끌어간다는 맛이 덜했다. 5선발은 시즌 내내 사실상 없었다. 이재우, 김강률 등을 실험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사실 유희관도 시즌 중반 2~3개월간 극도의 슬럼프를 겪었다.
때문에 순위싸움이 한창이던 여름, 두산 선발진은 니퍼트 혼자 끌어간다는 인상이 강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강인했던 타선이 내리막을 탔다. 선발진 약세와 타선의 하향세가 결합해 경기력 자체가 뚝 떨어졌다. 그래도 두산 타선의 경쟁력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다. 수비력 역시 마찬가지다. 신임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에 따라 기동력과 경기운영능력도 충분히 강해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마운드. 특히 선발진은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모든 팀이 겪는 어려움이지만, 현대야구서 자체적 마운드 보강이 그리 쉽지 않다. 결국 두산은 FA 최대어로 장원준을 데려왔다. 장원준은 내년 만 서른이다. 투구폼이 부드럽고 부상이 없는 타입. 두산의 강한 타선과 수비력, 잠실구장 특유의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장원준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두산 선발진의 내년 밑그림도 그려진다. 업그레이드 됐다. 더스틴 니퍼트를 잡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두산은 니퍼트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약이 이뤄질 경우 니퍼트-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1~3선발 완성이 가능하다. 또 두산은 올 시즌 종료와 동시에 셋업맨 이현승을 선발로 유턴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현승이 실제로 내년 선발진에 합류해 3~4선발을 맡을 경우 두산은 순식간에 좌완 선발왕국으로 거듭난다. 토종 주요 선발 3명(장원준 유희관 이현승) 모두 왼손.
여기에 우완 노경은까지 부활에 성공한다면 두산 선발진은 완벽하게 구색을 갖출 수 있다. 또 다른 외국인투수 마야도 현 시점에선 재계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니퍼트를 놓치더라도 전체적인 내구성에선 삼성에 밀리지 않는 조합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게 장원준의 가세로 가능한 시나리오.
물론 이용찬의 군입대 공백을 메울 마무리. 불펜 구성, 김태형 감독의 색깔 등 아직 변수가 많다. 하지만, 두산의 가장 확실한 약점을 장원준을 통해 지웠다. 선발진이 도리어 두산의 2015시즌 최대 강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생겼다. 엄청난 대반전이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