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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에는 '도찐개찐' '사계절' '젊은이의 양지'가 첫 선을 보였다. 일부는 현 세태에 대한 '풍자'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공감어린 웃음을 이끌어냈지만, 여전히 '외모 비하'가 웃음의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어 왠지 모를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찐개찐'은 윷놀이에서 유래한 말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올바른 표현은 '도긴개긴'이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 큰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개그콘서트'에서도 이 의미를 이용한 각종 패러디가 등장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나 개그우먼 오나미와 오랑우탄의 모습을 비교하며 '도찐개찐'이라 외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새 코너 '사둥이는 아빠딸'은 대놓고 외모 차별을 소재로 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이름의 사둥이가 등장하는데, 유독 겨울의 애교에게만 아빠가 "미안해"라고 사과한다. 똑같은 애교를 부렸음에도 단지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이 코너를 보고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수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외모 비하를 개그의 소재로 차용한지는 오래다. '솔직함'이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방송 환경에서 스스로 뚱뚱하다고, 혹은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이 웃음을 이끌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개그맨들에게 이 '외모 비하'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도 손쉽게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이기에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개그 소재는 점점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코너가 등장한다 해도 더 이상 새롭다고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외모를 비하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참신한 소재를 이용해 웃음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청자들 역시 열린 마음으로 그런 개그맨들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면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본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코미디, 즉 희극은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있게 다룬 극 형식을 뜻한다. 해학과 풍자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코미디인 것이다. 그러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풍자와 해학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덤벼드는 이들까지 등장했으니, 개그맨들이 풍자에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개그프로그램들은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즐겨본다. 유행어를 따라하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외모 비하 개그를 무의식적으로 따라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개그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경쟁에 내몰려 자극만을 추구한 나머지 스스로 외모 지상주의를 만연하게 한 주범은 아닌지 이제라도 되돌아봐야 할 때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사둥이는 아빠딸' '사둥이는 아빠딸'의 한 장면. 사진 = KBS 방송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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