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미쳤다. 정말 미쳤다. 노래 가사가 아니다. 최근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얘기다.
FA 영입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지난 시즌부터 '미쳤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이미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FA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에 대한 보상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선수 영입을 위해 쏟아붓는 돈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오간 돈은 무려 523억원이었다. 당시 역대 최고액에 계약한 강민호(롯데, 4년 총액 75억원)와 정근우(4년 70억원), 이용규(4년 67억원, 이상 한화), 장원삼(삼성, 4년 60억원), 이종욱(NC, 4년 50억원)까지 5명이 받은 금액만 322억원. 5명이 받은 금액만 2011년 261억원, 2012년 24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3일 오후 기준으로 계약을 마친 선수들의 총액은 611억 1천만원이다. 600억원시대다. 역대 최고액을 뛰어넘은 최정(SK, 4년 86억원)과 장원준(두산 이적, 4년 84억원), 윤성환(삼성, 4년 80억원)이 80억원 이상을 가져갔다. 셋이 받은 금액만 250억원으로 2012년 총액을 뛰어넘는다. 미계약자로 남아 있는 차일목과 이성열, 이재영, 나주환까지 4명이 전구단 협상 기한인 내년 1월 15일 전까지 계약을 마친다면 계약 총액 650억원은 넘을 전망이다.
문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액 계약이 마무리되면 비난을 떠안는 건 선수들이다. '돈 밖에 모른다'는 팬들의 비난이 거센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나루세 요시히사(전 지바 롯데 마린스)가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하면서 3년 총액 6억엔(한화 약 6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사례는 장원준, 윤성환과 비교되곤 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의 물가 또는 현지 평가가 다르겠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윤성환, 장원준이 어떻게 나루세와 동급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덧붙이자면 나루세는 지난 2006년 1군에 첫발을 내디뎠고, 입단 2년째인 2007년 24경기에서 16승 1패 평균자책점 1.82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며 최우수 투수상까지 따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로 활약했고,2009년(11승)부터 2012년(12승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9승 11패 평균자책점 4.67로 부진했지만 아직 한국 나이 30세로 젊은 만큼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
일본에서는 원소속 구단 오릭스 버펄로스로부터 3년간 최대 15억엔(한화 약 150억원)을 제시받았던 가네코 치히로를 제외하면 깜짝 놀랄 만한 고액 계약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가네코는 올 시즌 사와무라상까지 수상한 리그 최고의 에이스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아니면 천문학적 금액은 그림의 떡이다. 국가대표 포수 출신 아이카와 료지(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적)도 1년 6천만엔에 계약했다.
한국프로야구의 현행 FA 제도도 '광풍'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FA 자격 취득을 위해 타자는 매년 정규시즌 경기 수의 ⅔이상 출전, 투수는 규정이닝의 ⅔이상을 투구한 시즌이 9시즌에 도달한 경우를 충족시켜야 한다. 정규시즌 1군 등록 일수가 145일(2006년 이전은 150일) 이상인 경우에도 1시즌으로 간주한다. 단 4년제 대학을 졸업(대한야구협회에 4년간 등록)한 선수는 위와 같은 조건이 8시즌에 도달하면 FA 자격을 얻는다. 특히 보상선수 규정이 그렇다. 보상선수를 주면서까지 준척급 FA를 영입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구단의 의견이다.
일본은 FA 자격 선수를 A~C등급으로 나눠 A, B등급은 보호선수 28인 외 한 명과 전년도 연봉의 50%(A등급) 또는 40%(B등급)를 원소속 구단에 지불해야 하지만 C등급 선수의 경우 어떤 보상도 필요없다. 메이저리그는 FA 자격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하게 되는데, 이를 거절한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게 되면 영입 구단은 1라운드 후 지명권만 보상해주면 된다. 일본과 미국은 우선협상 기간이 없다는 게 한국과 가장 다르다. 입단 후부터 FA 취득까지 걸리는 기간은 일본 8년, 미국 6년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도 2일 총회가 끝나고 현행 FA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수협 서재응 회장과 김선웅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FA 기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다"며 "KBO 단장회의에서 규정을 조금만 바꾼다면 과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구단이 원해서 선수를 데려간 것이다. FA 거품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협상 기간과 보상선수, FA 취득기한 등을 불공정하게 만들면서 공급이 줄어드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규정 개정 없이는 내년 시즌에도 FA 시장은 미친 듯 과열될 게 뻔하다. 뾰족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선수협의 입장은 FA 취득 기한을 줄여줬으면 하는 것이다'며 "FA에 관련된 규정에 대해 KBO와 협상 중에 있다. 6~7개월 정도 협상 진행 중인데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루빨리 혜안이 나와야만 할 것 같다.
다음은 4일 오전 현재 FA 계약 현황(순서는 총액 기준)
최정(4년 86억원 SK 잔류) 장원준(4년 84억원 롯데→두산 이적) 윤성환(4년 80억원 삼성 잔류) 안지만(4년 65억원 삼성 잔류) 김강민(4년 56억원 SK 잔류) 박용택(4년 50억원 LG 잔류) 송은범(4년 34억원 KIA→한화 이적) 권혁(4년 32억원 삼성→한화 이적) 조동찬(4년 28억원 삼성 잔류) 조동화(4년 22억원 SK 잔류) 배영수(3년 21억 5천만원 삼성→한화 이적) 박경수(4년 18억 2천만원 LG→kt 이적) 김사율(4년 14억 5천만원 롯데→kt 이적) 박기혁(4년 11억 4천만원 롯데→kt 이적) 김경언(3년 8억 5천만원 한화 잔류)
[4년 총액 80억원 이상 계약을 체결한 최정, 장원준, 윤성환(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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