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뭐가 정답일까.
프로야구 선수들은 12월과 1월에 월급을 받지 않는다. 야구규약 139조에는 비활동기간에는 단체훈련 및 전지훈련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야구선수도 사람이다. 휴식 및 개인활동의 자유가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각종 명목으로 12월에 단체훈련을 실시했다. 또 1월 1일 신정연휴가 지나자마자 해외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비 시즌만 되면 선수협회와 구단이 눈치싸움을 벌였다. 시간이 흘러 구단들도 선수들의 입장을 많이 받아들였다. 12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를 비활동기간으로 확실하게 정했다. 구단들은 1월 초에 선수단을 소집하지만, 단체훈련은 1월 15일 이후 해외 스프링캠프를 떠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 신인, 재활, 신고선수는 비활동기간에 단체훈련을 실시해도 되는 예외 조항도 있다.
▲논란의 핵심
그러나 여전히 비활동기간만 되면 단체훈련 여부를 놓고 신경전 혹은 갈등이 발생한다. 재활선수의 경우 단체훈련을 했는데, 사실 ‘재활선수’의 기준이 모호하다. 한 야구관계자는 일전에 “안 아픈 프로선수가 어디있나.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하면 진단서를 끊을 수 있다”라고 했다. 7개월 정도 쉼 없이 진행되는 시즌. 일반인처럼 몸이 성한 선수가 거의 없는 현실. 구단 입장에선 재활선수라는 꼼수로 단체훈련을 시킬 수 있다. 때문에 선수협회는 2일 “재활선수도 예외 없이 단체훈련 참가를 금지한다”라고 초강수를 뒀다.
그런데 최근 한화 김성근 감독은 “단체훈련 금지가 선수들에게 유리한지 묻고 싶다”라고 했다. 단체훈련 금지기간에 효율적인 훈련을 실시하면 선수들의 기량, 리그 전체적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김 감독 생각. 이에 선수협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단체훈련 금지를 어기는 구단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김 감독 코멘트도 일리가 있다. 2군급 저연차 선수들 중에선 단체훈련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려야 할 선수가 분명히 있다. 선수 스스로가 1군에 대한 꿈, 연봉을 올리기 위한 의지가 있는데 단체훈련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도 모양새에 맞지 않는다는 것. 이에 선수협회는 “2군 선수들도 시즌 중 일정 수준의 훈련량이 있기 때문에 비활동기간엔 쉬어야 한다”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국내현실
중요한 건 국내현실이다. 고연봉 1군 주전급 선수들은 12월에 따뜻한 해외로 나가 몸을 만든다. 그러나 1군 저연차 선수들을 비롯한 대부분 선수는 추운 국내에서 몸을 만든다. 국내 12월 기후조건상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효율적인 몸 관리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12월은 제주도 정도가 아니면 야외훈련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또 야구선수들을 위한 전문훈련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집과 경기장을 오가며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게 전부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기후조건상 따뜻한 지역이 있다. 비활동기간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길지만, 그만큼 개인적으로 충분히 효율적인 몸 만들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일각에선 최근 몇 년간 떨어진 국내야구 수준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12월에도 단체훈련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선수협회는 비활동기간 준수부터 확실히 지킨 다음에 융통성을 발휘할 요량이다.
▲융통성을 발휘하라
선수협회는 초강경대응을 준비 중이다. 2일 총회 결과에 따르면,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을 어길 경우 구단에 벌금을 매기고 구단명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자율훈련은 어쩔 수 없지만, 사실상 그 어떤 방식으로도 단체훈련을 막겠다는 것. 이에 한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선수협회의 강경 대응이 부담스럽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구단, 선수협회의 당위성은 모두 이해가 된다. 훈련을 완전히 제한시키기엔 한국만의 특수성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야구는 물론 국내 체육계 전반에는 확실히 훈련만큼 중요한 휴식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비활동기간에 사회봉사 등 야구 외의 가치 있는 일도 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훈련은 개인적으로 조절만 하면 된다는 게 선수협회 생각.
이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협회가 접점을 찾아야 한다. 무작정 단체훈련을 금지시킨다기보단 연봉 혹은 연차에 따른 단체훈련 차등 금지도 고려할 만하다”라고 했다. 결국 구단, 선수협회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구단과 선수협회는 서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평행선만 달리는 모양새다.
[잠실구장(위, 아래), 서재응 선수협회장(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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