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부 FA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지난달 27일 개장한 외부 FA시장. FA 시장 2라운드가 3일 끝난다. 외부 FA시장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 최대어 장원준을 잡은 두산은 일찌감치 손을 털었다. LG 역시 장원준 영입에 실패한 뒤 지갑을 닫았다. 신생구단 kt도 발 빠르게 필요한 3인을 영입한 뒤 철수했다. 삼성 넥센 NC 롯데는 일찌감치 외부 FA에 관심이 없었다. SK, KIA도 미온적인 상황. 한화가 꾸준히 외부 FA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다 권혁에 이어 2일 밤 송은범과 전격적으로 계약했다.
확실히 최근 외부 FA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구단들이 외부 FA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의미. NC에 이어 kt마저 합류하면서 객관적인 외부 FA 시장 자체는 넓어졌다. 그러나 구단들은 과거와는 달리 무작정 외부 FA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적 자체가 완전히 막힌 모양새도 아니다. 구단들은 확고한 내부적 원칙에 따라 쓸 때는 화끈하게 쓰고, 멈출 때는 멈춘다. FA들도 굉장히 신중하게 움직인다.
▲FA 큰 손? 의미가 없어졌다
FA 초창기만 해도 외부 FA 시장 큰 손 몇 개 구단이 있었다. 삼성, LG가 대표적. 두 팀은 2000년대 중반까지 외부 FA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삼성이 2000년대 후반들어 외부 FA시장에서 철수했다. 삼성은 지금도 내부적으로 외부 FA는 더 이상 붙잡지 않는 게 원칙. 국내 최고수준의 2,3군 시스템을 갖고 있다. 자체적으로 육성한 수많은 선수들이 지난 몇 년간 삼성 야구 역사를 바꿨다. 삼성은 2004년 심정수 박진만 이후 10년째 외부 FA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LG 역시 과거처럼 무작정 외부 FA에 목을 매지 않는다. LG가 최근 5년간 잡은 외부 FA는 이진영 정성훈 정현욱뿐이다. 특히 2012년 영입한 정현욱이 썩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외부 FA에게 굉장히 신중한 자세. LG는 이번 외부 FA 시장에서 장원준에게 관심이 있었으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발을 뺐다. 결국 그 돈으로 자체 전력 극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미.
FA 1명에게 많은 돈을 퍼붓는 만큼 자체 육성에 투자하면 결실을 보는 게 삼성을 통해 입증됐다. 때문에 200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외부 FA 큰 손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최근엔 KIA, 한화, NC가 오히려 외부 FA 영입이 많았다. 신생구단 kt 역시 외부 FA를 적극적으로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팀들이 경쟁적으로 선수 구매를 한 것도 아니었다.
▲맞춤형 구매
외부 FA시장에 완전히 냉기가 돌았던 시기도 있었다. FA 초창기 경쟁적으로 외부 FA를 구매한 팀들이 막상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지갑을 완전히 닫은 것.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 FA가 필요한 팀이 맞춤형 구매를 하는 모양새다. NC와 kt의 경우 무조건 대어에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전력 뼈대 구축을 위해 효율적인 투자를 했다.
과거에는 외부 초대형 FA를 사기 위해 비효율적인 영입이 많았다. 경쟁률도 높았다.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이 0시 기준으로 마감되면 곧바로 다음날 새벽에 외부 FA 계약이 성사되곤 했다. 템퍼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 일단 다른 구단에 빼앗기면 안 되기 때문에 외부 FA들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구단도 많았다. 하지만 이젠 외부 FA 시장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구단들이 외부 FA에게 끌려다니지 않는다. 대형 FA가 있다고 해도 몸값이 너무나도 높아진 상황에서 구단이 생각하는 조건과 차이가 클 경우 시장에서 발을 뺀다. 기본적으로 구단들은 내부 FA들을 최대한 잡는 게 우선 과제.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지지만, 오히려 외부 FA 시장에서 FA들을 더욱 냉정하게 바라보는 트렌드가 조성됐다. 한화가 지난해 이용규, 정근우를 붙잡았을 때 137억원을 투자했지만, 올해 권혁, 송은범 영입에는 66억원에 그쳤다. 두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는 방증.
▲트렌드는 또 변한다
하지만, 이 트렌드가 또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FA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너무나도 심해졌다. 최근 야구계 안팎에서 FA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실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제도 개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FA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진원지 원 소속구단과의 FA 우선협상기간을 없애자는 의견부터 FA 보상 등급제, 입찰제, FA 기한 단축 등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FA 제도가 향후 몇 년 내로 손질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 변화의 폭이 클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 15년간 FA 제도 세부적 사항은 꾸준히 바뀌어왔다. 놀랄 일도 아니다. 결국 최근 FA 시장 트렌드는 또 바뀌게 돼 있다. 구단들과 FA 모두 바뀐 제도 속에서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야구장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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