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FA 3명의 우승 경험, 굉장히 크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목소리는 명료했다. 그리고 확신에 차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투수 3명 영입을 무척 반기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전날 밤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마운드 보강이 필요해서 구단에 투수를 붙잡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잘 잡아줬다. 많이 신경 써준 구단에 고맙다"며 기뻐했다. 이전까지 외부 FA 선물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김 감독에게 경험이 풍부한 FA 3명 영입은 의미가 남다를 법하다.
한화는 외부 FA 영입 한도인 3명을 꽉 채웠다. 권혁(4년 32억원)과 송은범(4년 34억원, 이상 총액)에 이어 타 구단 협상 마감일인 전날(3일) 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와 3년 총액 21억 5천만원에 계약하며 'FA 쇼핑'을 마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국제대회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셋의 합류는 최근 6시즌 중 5차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에 큰 힘이 될 전망.
1999년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한화에 권혁과 송은범, 그리고 배영수의 우승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경험이다. 배영수(2000년 데뷔)와 권혁(2002년)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소속팀 삼성은 총 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둘 다 전무후무한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좋은 기운을 한화로 가져왔다는 점이 반갑다. 올해까지 배영수는 15년, 권혁은 13년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그야말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특히 배영수는 124승으로 현역 최다승 기록 보유자다. 더 많은 기회를 원했던 둘과 한화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송은범도 SK 와이번스의 우승에 직접 기여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KIA 타이거즈에서 2년 연속 평균자책점 7점대로 부진했지만 2012년까진 리그 최정상급 우완투수로 평가받은 송은범이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투혼 또한 돋보였다. 2007년 24경기에서 6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01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후 2011년까지 꾸준히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2010년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한국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도 이들 셋의 경험이 한화에 가져올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권혁과 송은범, 배영수의 우승 경험은 굉장히 크다고 본다"며 "우리 팀에 나이 많은 선수 중에도 우승 경험 없는 친구들이 많다.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울 게 많을 것이다. 나름대로 전력 보강이 잘 됐다"며 반색했다.
한화는 최근 3년 연속 최하위는 물론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6.35에 달했다.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6.23을 넘어선 역대 최악이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라도 잡아낸 투수 중 평균자책점 4.00 미만인 투수가 아무도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 하지만 송은범과 배영수, 권혁을 모두 품에 안으며 마운드 보강에 성공했고, 경험까지 더했다.
새롭게 출발하는 셋의 각오도 남다르다. 정든 삼성을 떠난 권혁과 배영수는 "정말 기쁘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했고,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송은범은 "말보다는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는 건 공통 소감이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한화의 도약에 힘을 보탤 일만 남았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첫 번째 사진), 권혁-송은범-배영수(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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