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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베이징 이용욱 특파원] 중국의 유명한 작가 옌롄커가 중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자신이 비축해둔 독서의 네 가지 경지를 설파했다.
'카프카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옌롄커(閻連科.56)가 지난 2일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학부속중학교를 찾아 잡독, 선독, 오독, 정독을 독서의 네 가지 경지로 언급하고 학생들에게 이같은 독서 습관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고 현지 강남시보(江南時報), 도시쾌보(都市快報) 등서 지난 3일 보도했다
옌롄커는 현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잡독은 인생에서 극히 중요한 단계이며 큰 생각없이 보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가져다 읽는 것"이라고 밝히고 "세상에 우리가 읽을 수 없는 책이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로 '선독(選讀)'을 언급한 옌롄커는 "믿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20살 이전에는 외국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언젠가 비비안 리의 형상이 표지에 실린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골라서 사흘만에 전부 읽은 적이 있다"면서 "이 책이 나를 선독의 경지로 이끌어주었으며, 예전에 읽었던 중국혁명소설이 얼마나 무료한 것인가를 발견했었다"고 말했다.
옌롄커는 오독(誤讀)에 대해서 특히 강조했다.
그는 "오독은 일종의 능력이다"고 주장하면서 "여기서 오(誤)는 잘못 읽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배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을 뜻한다"면서 "저자가 뜻하지 않은 의미를 그밖의 의미로 읽어내는 것은 일종의 능력이며 풍부한 상상의 공간을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옌롄커는 이에 관해 "'홍루몽(紅樓夢)'을 예로 들면서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말하면서 "경제학자는 승패에 관해 알게 되고 정치학자는 투쟁을 발견하며 문학가는 사랑을 읽어내고 종교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독(精讀)에 대해 말한 옌 작가는 "이는 가장 어렵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전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보는 것이다"면서 "가령 장아이링(張愛玲)을 반복해 읽다보면 당시의 세태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으며 그밖에 여성 작가 샤오훙(蕭紅)에 특히 탄복하는데 그토록 어린 아이와 같은 안목으로 세상을 관찰했다는 것이 순수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까지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옌롄커는 "책 읽는 사람들은 이 세계에 대해 의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으며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고 의심이 있더라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는데 자기 자신의 견해를 갖는 것이 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는 시각도 전했다.
지난 10월 중국인 최초로 '카프카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던 옌롄커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명작 소설이 최근 한국에서 영화화가 진행되는 등 중국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한층 올라서고 있는 현지 작가로 모옌(莫言)에 이어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강지윤 기자 lepom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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