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 시장은 사실상 폐장했다.
19명이 FA 시장에 나왔다. 8명이 원 소속팀과 계약했다. 외부 시장에 나온 11명 중 7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5일 현재 미계약자는 4명(이성열 나주환 이재영 차일목). 이들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해 10개구단 모두와 자유롭게 협상 및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원 소속구단이 아닌 타 구단과의 협상기간에도 외면 받았다. 사실상 원 소속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들이 FA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FA 시장은 사실상 폐장했다.
kt가 영입한 3명(박기혁 박경수 김사율)을 제외한 나머지 4명(장원준 권혁 송은범 배영수)에 대해선 원 소속구단의 보상선수 지명 절차가 남아있다. 삼성이 2명, 롯데와 KIA가 각각 1명씩 두산, 한화에서 뽑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보상선수가 맹활약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적한 FA들에 비하면 전력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낮다고 봐야 한다.
▲FA 가세, PS 탈락팀들의 대반격?
올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한 팀들 위주로 FA 이동 및 전력보강이 많았다.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 권혁 송은범 배영수를 영입한 한화는 확실히 전력을 보강했다. 두 팀은 마운드가 부실하다. 확실한 선발전력 수급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두 팀은 내년 144경기 체제서 힘을 얻게 됐다. 장원준 송은범 배영수는 선발투수다. 특히 장원준은 검증된 카드. 송은범과 배영수는 올 시즌 주춤했지만, 투수 장인 김성근 감독의 손을 거쳐 재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외국인투수 변수가 있지만, 나쁘지만 않다면 이들과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선발진이 제법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FA 준척급을 영입한 kt. 박기혁과 박경수는 주전 키스톤콤비다. 김사율도 마무리 혹은 필승조에 들어갈 수 있다. kt가 FA 3인방으로 곧바로 전력이 어머어마하게 상승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로 전력 기본뼈대를 완성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수비와 마운드를 안정화해야 연패를 피할 수 있다. kt가 내년에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은 쉽지 않다고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아야 순위싸움에 흥미가 배가된다.
팀을 옮긴 건 아니지만, 대형 FA를 잔류시킨 팀들 역시 전력 유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 SK의 경우 최대어 최정을 비롯해 김강민 조동화를 잔류시켰다. 최정은 국내 최고 3루수로서 SK 전력 핵심이다. 김강민과 조동화도 국내에서 외야 수비력과 작전수행능력만큼은 톱클래스로 평가 받는다. 에이스 김광현이 빠져나가는 SK로선 극심한 전력출혈을 막았다.
이 팀들은 공교롭게도 신임사령탑들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FA를 등에 업은 새 사령탑들의 시즌 플랜과 전략구축에 따라 내년 판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롯데와 KIA는 내부 FA들을 지켜내지 못했고 외부에서도 전력보강을 하지 못했다. 내년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 변수가 있지만, 두 팀은 kt와 함께 일단 내년 하위권 전력으로 꼽힌다.
▲FA 무풍지대, 기존 4강의 수성?
올해 포스트시즌을 치른 팀들은 상대적으로 FA 시장에서 잠잠했다. 내부 FA 영입에는 최선을 다하되, 외부 FA 시장에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FA 자격을 갖춘 선수가 없는 NC는 지난 2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외부 영입을 하지 않았다.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면서 강호 반열에 올랐다. 장기적으로 강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실속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군입대와 kt 특별지명으로 오히려 선수를 빼앗겼지만, 내부 결속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양새.
LG는 박경수를 내보냈지만, 박용택을 잡았다. 하지만, 박경수 공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고 박용택을 붙잡은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양상문 감독 취임 후 실질적으로 첫 풀시즌을 준비하는 상황. 이미 실질적 마운드 저력은 10개구단 최고수준. 타선도 썩 밀리지 않는다. 굳이 무리해서 외부 시장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장원준 영입을 추진했으나 몸값이 폭등하자 주저 없이 발을 뺐다. 기존 전력으로도 내년에 해볼만하다는 자신감.
삼성과 넥센은 일찌감치 외부 FA 시장에서 발을 뺐다. 삼성이 외부 FA에 발길을 끊은 것도 10년이 됐다. 내부 자원들을 육성시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윤성환 안지만 조동찬을 잡자 더 이상 FA 계약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배영수와 권혁이 빠져나갔지만, 한화로부터 받아올 2명의 보상선수로 알짜 전력을 보강할 수도 있다. 삼성은 여전히 막강하다.
넥센 역시 외부 FA 없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확실한 강팀으로 인정을 받았다. 다만,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넥센 역시 그동안 내부 자원 육성을 소홀히 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 그 진가를 발휘할 경우 큰 폭의 전력하락이 예상되진 않는다. 내년에도 여전히 상위권 전력.
올해 상위권 팀들은 FA 무풍지대였다. 반면 하위권 팀들 중 일부는 FA 영입 및 지키기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물론 외국인선수라는 강력한 변수가 남아있다. 새로운 감독들의 벤치파워 역시 관건이다. 그러나 FA시장이 사실상 폐장한 현 시점에서 내다보는 내년 판도는 상당히 흥미롭다. 상위권들은 여전히 저력이 남아있고, 중, 하위권 팀들은 내년 돌풍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야구장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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