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대로 만들어보겠다.”
박하나는 2013-2014시즌 연봉 7500만원을 받았다. 하나외환은 FA 박하나에게 800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박하나는 2억1000만원을 불렀다. 협상 결렬. 결국 삼성이 2억1100만원에 박하나를 3년간 붙잡았다. 오버페이 논란이 극심했다. 그동안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던 선수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안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경주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여름. 삼성 이호근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서 박하나를 좋은 선수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2008-2009시즌 데뷔한 프로 7년차 가드. 176cm으로 가드치고 신장도 작지 않다. 하지만, 신세계, 하나외환 시절 끝내 알껍질을 깨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적생 박하나와 삼성의 미래를 위해 꼭 FA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었다.
▲조금씩 보이는 성장속도
6개구단에 유망주는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여자농구에서 유망주가 주전급으로 성장하는 건 쉽지 않다. 고교 졸업생이 대부분인 유망주들이 프로 선배들과의 기량 차이를 몇 년 안에 좁히는 게 쉽지 않다. 출전시간을 갖지 못하면서 실력이 늘지 않기도 하고, 실력이 늘지 않으면서 출전시간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부분 유망주는 그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둔다.
박하나는 일단 하나외환에서 6시즌을 버텼다. 전임 감독들의 관심과 본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더해진 결과.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FA 이적 첫 시즌. 이호근 감독은 박하나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했다. 이미선이 뛰지 않을 때 1번 포인트가드를 맡겼다. 또 이미선과 함께 뛸 때는 2번 슈팅가드를 맡겼다. 주전으로 중용하면서 책임감도 부여했다. 그동안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한 박하나에겐 다소 과도한 짐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잘 해내고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기록이 좋아졌다. 11경기서 32분간 출전해 10.6점을 기록 중이다. 데뷔 후 최다출전 시간과 최다득점. 턴오버도 1.7개서 2.3개로 늘어났지만, 예전에 비하면 어이없는 턴오버는 줄어들었다. 과감한 플레이 속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3점슛도 39%로 상당히 정확해졌다. 지난 시즌 21.9%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 어시스트도 1.6개로 눈에 띄진 않지만, 데뷔 후 최다 수치.
슛 폼은 약간의 교정작업을 거쳤다. 가드가 외곽에서 슛을 던져야 할 타이밍이 있는데, 그 타이밍을 깨지 않는다. 드리블하는 시간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팀 밸런스가 유지되는 상황 속에서 공격 횟수가 늘어났다. 하나외환 시절에 보여주지 못했던 과감한 돌파와 속공전개를 간혹 보여준다. 경기력 자체가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선과 외국인선수의 2대2 게임이 주요옵션인 삼성에 박하나의 공격이 추가되면서 삼성의 득점루트가 넓어진 측면이 있다. 프로 7년차에 조금씩 농구에 눈을 떠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FA 논란을 딛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박하나의 멘탈이 성장했다는 증거.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
박하나가 완성형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아직 전체적인 안정감은 높지 않다. 한 농구관계자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플레이의 세밀함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가드지만, 여전히 다른 선수를 활용하는 플레이에 약점이 있다. 시야도 넓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상대 조직적인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는 데 어려움이 있다. 파울을 유도하는 지능적인 플레이 역시 아직은 볼 수 없는 부분. 수비력에도 여전히 약점이 있다. 장기적으로 파워를 키워 돌파력과 수비력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박하나가 입단 이후 정말 성실하게 운동하고 있다”라고 했다. 예전보다 올라간 연봉만큼 책임감을 갖고 농구에 임한다는 의미. 프로라면 당연한 의무. 하지만, 이제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다. 특히 대학을 거치지 않는 선수가 많은 여자농구의 경우 프로 의식이 부족한 케이스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박하나는 삼성 이적 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FA 논란을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부적 약점들은 시간이 지나고 구력이 쌓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박하나가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박정은 코치와 이미선도 있다. 내년이면 만 25세. 박하나에겐 여전히 충분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
[박하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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