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급격히 흔들린다.
고양 오리온스. 개막 8연승 기세는 완벽히 사라졌다. 8연승 이후 6승10패. 최근 10경기로 좁혀보면 3승7패 부진. 추일승 감독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대폭적인 변화를 주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추 감독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 모습. 시즌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급격히 흔들린다. 경기 도중에도 경기력 기복이 심각한 수준.
냉정히 보자. 모비스 SK 동부와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오리온스는 네 팀 중 가장 전력이 불안하다. 향후 중위권이 4강구도를 깬다면, 그 희생양은 오리온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비스와 SK는 점점 오리온스와 멀어지고 있다. 확실히 한 수 위의 전력. 동부 역시 최근 주춤하지만, 오리온스에 뒤처지는 전력이 아니다. 더구나 모비스와 SK는 시즌 초반 제기된 문제점들을 개선하면서 끊임없이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시즌 중반 들어서도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빅 라인업 위력이 떨어진 이유
오리온스는 시즌 초반 트로이 길렌워터-이승현-장재석으로 이어지는 빅 라인업으로 빅히트를 쳤다. 여기에 허일영이 가세하면서 완벽한 내, 외곽 조화를 뽐냈다. 이승현이 3번 스몰포워드에 빠르게 정착했고, 길렌워터의 클러치능력은 압권이었다. 상대의 더블팀 혹은 도움수비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슈터 허일영의 존재도 묵직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빅 라인업 위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더 이상 다른 팀들이 빅 라인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단 매치업상 길렌워터에게 도움수비가 들어가면 장재석이 오픈 찬스를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재석의 경기력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 SK의 경우 헤인즈에게 극단적인 도움수비를 할 수 없다. 김민수와 박상오의 공격력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오리온스는 이 부분에서 1차적으로 막힌다.
허일영 혹은 김동욱 김도수 김강선 등을 활용하면 매치업 우위는 유지하면서도 외곽 공격력과 수비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김동욱의 올 시즌 경기력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 허일영과 김강선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곽 공격력과 수비력이 뚝 떨어진 상황. 김도수의 중용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또, 이승현과 장재석이 주전으로 뛰면서 지난 시즌보다 수비조직력이 살짝 약해졌다.
또 하나는 포인트가드 이현민 봉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최근 오리온스를 만나는 팀들은 이현민을 집중적으로 봉쇄한다. 오리온스는 포워드진은 두껍지만, 상대적으로 가드진은 약하다. 이현민이 막힐 때 대체자가 부족하다. 이현민의 오른쪽 돌파가 약점으로 드러난 상황. 추 감독은 “패스로 해결하면 문제될 게 없다”라고 하지만, 이현민의 패스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길렌워터가 외곽으로 나와서 무리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빅 라인업의 좋은 밸런스가 지는 케이스가 많다. 임재현과 한호빈 투입으로 숨통을 트긴 했다. 그러나 임재현은 노장이라 오래 출전할 수 없다. 한호빈은 족저근막염 후유증으로 많은 움직임을 버거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들이 결합해 빅 라인업 균열이 심해졌고 융통성 있는 대처가 어려워졌다. 빅 라인업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게 되면서 제공권 장악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승부처에서 효율적인 패스플레이보다는 길렌워터 의존도가 높아졌다. 길렌워터는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팀 전체적인 승부처 지배력은 시즌 초반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해결책은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에도 초반 어려움을 겪자 추 감독의 과감한 리더십이 통했다. 수비가 되지 않는 선수들은 과감히 전력에서 제외했다. 또 4-4 트레이드로 팀 분위기를 완벽하게 바꿨다. 추 감독은 “당분간 김도수, 임재현 등 베테랑들을 투입하겠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 선수는 2군으로 내리겠다”라고 했다. 실제 전술이해도가 높은 베테랑들이 오리온스 조직력을 안정시켜줄 수 있다. 임재현과 김도수는 5일 KCC전 승리 주역이기도 했다. 7일 SK전서도 자기 몫을 해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경기력 부진이 시원스럽게 해결되지 않는 느낌. 추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리바운드에 적극성을 지녀야 한다”라고 했다. 장신포워드들이 많지만, 올 시즌 오리온스는 리바운드 하위권. 수비조직력이 균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에 부정확한 슛을 유도했음에도 공격리바운드를 너무 많이 내주면서 흐름을 넘겨줬다. 실제 승부처에선 공격리바운드 허용에 이은 실점이 가장 뼈 아프다. 리바운드부터 적극성을 지닐 경우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올라오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추 감독은 SK전 패배 직후 “그래도 수비력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빅 라인업을 극대화할 수 없는 오리온스는 SK에 매치업상 불리했다.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추격했을 땐 타이트한 대인방어와 스위치 디펜스가 어느 정도 통했다. 리바운드도 30-37로 뒤졌지만, 그리 큰 격차는 아니었다. 패배했지만, 조금씩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
하지만, 오리온스가 세부적인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허일영과 김강선 등 부상자가 돌아와야 숨통이 트이는 부분도 있다. 그때까지 최대한 버텨내야 한다.
[오리온스 선수들(위,아래). 추일승 감독(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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