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좌완왕국이 된 것일까.
두산은 전통적으로 왼손투수가 귀했다. 2013년 유희관이 거둔 10승은 1988년 윤석환 이후 25년만의 두산 왼손투수 10승.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왼손투수의 활약이 미미했다. 오른손투수, 사이드암 투수들이 왼손투수들의 몫까지 분담했으나 승부처에서 효율적인 대처가 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선발진에도 왼손이 부족해 연이어 비슷한 우완을 노출시켜 상대 타자들의 적응을 돕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2015시즌. 두산이 왼손투수 왕국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보인다. 선발진에 유희관과 FA 장원준, 선발 복귀를 노리는 베테랑 이현승이 포진할 수 있다. 불펜에는 올 시즌 막판 두각을 드러냈던 함덕주와 내년 1군 풀타임을 노리는 장신 장민익,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진야곱과 이현호가 1군 진입을 노린다.
▲이현승 가세할 경우 최적의 왼손 선발진
두산은 올 시즌 선발진 운영이 쉽지 않았다.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 외에는 안정된 3~5선발이 없었다. 유희관조차 시즌 중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재계약을 추진 중인 유네스키 마야가 그나마 안정적이었으나 극심한 부진을 겪은 노경은 공백, 사실상 주인이 없었던 5선발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장기레이스서 무너졌다.
일단 니퍼트와 마야는 재계약을 추진 중이다. 두 사람이 남을 경우 기본적으로 선발 네 자리가 완성된다. 유희관과 FA 장원준의 선발진 정착은 확정적. 장원준 가세로 두산 선발진 짜임새는 확실히 좋아졌다. 여기에 이현승이 선발로 가세할 경우 완벽한 좌우 지그재그 구성도 가능하다. 내구성과 다양성에서 완벽하다.
이현승은 올 시즌 막판부터 선발투수로 돌아섰다. 2009년 13승을 쌓은 경험도 있다. 비 시즌 충실히 선발 준비를 할 경우 내년 풀타임 선발 정착 전망은 밝은 편.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젊은 왼손 자원들도 있다. 굳이 이현승이 불펜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물론 그 젊은 왼손 불펜 자원들의 발전 속도, 우완 선발 노경은의 부활 여부, 외국인투수들의 행보 등에 따라 이현승 보직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현승이 선발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두산 선발진은 리그 최상위 수준의 위력을 갖게 된다.
▲젊은 좌완들의 성장이 관건
사실 장원준과 유희관, 이현승은 어느 정도 계산이 된다. 그러나 젊은 왼손투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두산에 그동안 왼손투수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어느 지도자들도 그들의 역량을 100% 끄집어내지 못했다. 또 선수 스스로도 알껍질을 벗지 못했다. 두산이 질적인 왼손투수 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단 올 시즌 막판 활약한 함덕주가 선두주자. 8월부터 월간 평균자책점 모두 2점대였다. 전임 송일수 감독은 시즌 막판 함덕주를 원 포인트가 아닌 셋업맨으로 기용할 정도로 믿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공익근무와 팔꿈치 수술 및 재활을 마친 장민익이 퓨처스리그 적응기를 거쳐 내년 본격적인 1군 진입을 노린다. 207cm로 현역 최장신인 장민익은 최적화된 릴리스포인트를 찾으면서 구속도 늘었고 구위도 좋아졌다. 스스로도 “선발보다는 불펜에 잘 어울린다”라며 “마무리 시켜주면 감사하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진야곱,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이현호도 있다. 두 사람은 그동안 1군서 보여준 게 별로 없다. 진야곱이 2008년 33경기에 나섰으나 이후 1군 붙박이로 정착하지 못했다. 이들이 1군 전력으로 성장해야 함덕주 혹은 장민익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들이 1군 엔트리를 놓고 싸운다. 지지부진할 경우 이현승의 선발 복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산은 최근 새로운 투수코치들이 입단했다. 이상훈 코치와 한용덕 코치가 주인공. 특히 왼손투수로서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던 이상훈 코치가 두산 왼손투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지가 관전포인트. 이 코치는 내년 퓨처스리그 투수코치를 맡는다. “선수에 따라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 다르다”라는 게 이 코치 지론. 이 코치와 젊은 왼손투수들의 궁합이 맞을 경우 자연히 1군에 올라가야 할 왼손투수도 늘어난다. 두산이 내년 시즌 진정한 왼손투수 왕국을 꿈꾼다.
[두산 왼손 선발투수 후보들(위), 이상훈 퓨처스 투수코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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