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선수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지난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 가지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선수 관련 규정을 손질했다. 우선 몸값 총액 상한선 30만달러를 폐지했다. 그리고 외국인선수에 대한 국내구단 보류권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이 두 가지 변화가 2014시즌이 끝나고 열린 외국인선수 계약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월에 결정한 변화는 곧바로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다. 이미 모든 구단이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고, 해외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시기였기 때문. 10개월~11개월이 지난 지금, 외국인선수 시장 흐름이 확실히 변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 단순히 구단과 외국인선수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줄어든 게 전부가 아니다.
▲쿨한 구단들, 내가 싫으면 풀어준다
가장 큰 변화. 구단들은 자신들이 쓰기 싫은 외국인선수를 쿨하게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구단들은 외국인선수의 활약이 어정쩡할 경우 일단 보류선수 명단에 묶었다. 이후 외국인선수 에이전트의 반응을 살핀 뒤 임의탈퇴로 묶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팀끼리 엄청나게 맞붙는 단일리그. 부메랑 효과가 두려웠다. 구단으로선 당연했다. 임의탈퇴로 묶으면 5년간 보류권을 가졌었다. 구단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5년간 국내 타 구단 이적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야구규약 제10장 독점교섭기간 보류권 A항 개정에 따르면 외국인선수 보류권이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었다. 구단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외국인선수를 묶어봤자 2년 뒤엔 어차피 국내 타 구단과 계약 가능하다. 이 조항을 이렇게 바꾼 건 해당 외국인선수가 결국 국내 다른 구단으로 자유롭게 이적하는 걸 돕기 위해서다. 구단들도 최근 외국인선수를 쿨하게 놓아준다. LG가 브래드 스나이더, 코리 리오단, 넥센이 헨리 소사, 롯데가 쉐인 유먼, NC가 테드 웨버를 시원하게 풀었다. 결국 스나이더가 넥센에 입단했고 소사가 LG에 입단했다. 트레이드를 한 모양새.
물론 모든 구단이 그렇게 하진 않는다. 한화는 8일 펠릭스 피에와의 재계약이 불발됐다고 알렸다. 한화는 피에를 임의탈퇴로 묶는다. 피에는 향후 2년간 한화의 동의 없이 국내 타 구단에서 뛸 수 없다. 피에 측이 한화에 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게 정설. 구단으로선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선수 측이 불성실하게 나올 경우 임의탈퇴 처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규정을 완전히 없앨 경우 외국인선수 에이전트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불성실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구단이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비싼 몸값, 재활용으로 급선회
몸값 상한선이 철폐되면서 구단들은 더 이상 팬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적정가에 계약을 맺고 사실대로 발표하면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이 두려워 계약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KBO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구단의 일 처리를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고 그 자체도 불가능하다.
몸값 상한선이 철폐되면서 오히려 에이전트들이 고자세로 나온다는 말도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일전에 “몸값 상한선이 없어지면서 구단의 부담(계약 규모 축소 발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줄어든 걸 악용하는 에이전트가 있다. 덩치 큰 선수의 몸값을 더 많이 불러 경쟁을 부추긴다”라고 했다. 어차피 가치가 높은 외국인선수들은 국내 10개구단은 물론이고 일본 구단들까지 달려든다. 이 과정에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선택은 구단들의 몫이다.
그런데 FA 시장과 외국인선수 시장 모두 구단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구단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요구하는 외국인선수를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넥센은 소사와 결별하면서 부담을 드러냈다. 한화가 피에와 계약 결렬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 삼성이 일본 진출이 굳어진 릭 밴덴헐크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비슷한 이유. 구단 자체적으로 해당 외국인선수에 대한 몸값 마지노선을 정해놓으면, 그 이상으로는 끌려 다니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구단들이 국내에서 검증된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는 분위기다. 굳이 몸값 비싼 외국인선수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검증된 외국인선수에게로 눈길을 돌리는 풍토가 조성됐다. 한화가 롯데에서 뛴 쉐인 유먼과 삼성에서 뛴 미치 탈보트를 선택한 건 이유가 있다. 이들은 몸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현재 자유의 몸인 리오단과 웨버 역시 타 구단이 데려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합리적 지출이 가능하다.
천정부지로 오른 외국인선수 몸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국인선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모든 구단들이 합리적인 지출을 통해 외국인선수 성공 가능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야구계가 지난 1월에 내린 변화. 약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엿보인다.
[그라운드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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